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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4. 2022

달이 뜨기 전에 2

2. 첫 면접

 면접시험은 내가 들어갈 사립학교의 교무실에서 이루어졌다. 초초함이 가득한 대기실에서 나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먼저 노크를 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나의 이름을 정확히 말하자. 자리에 앉기 전에 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 여쭈어보고 질문에 똑똑히 대답하자!’ 

 사립학교의 교무실 문은 무거운 나무로 된 미닫이 문이었다. 떨리는 심호흡을 하고, 똑! 똑! 노크를 한 뒤,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 열리지 않았다. 나를 안내하던 사람은 사라졌고, 안에서는 들어오라는 말이 재차 들려온다. 문고리를 잡고 나도 모를 거센 힘이 발동했다. 문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힘차게 열렸지만, 마침 문고리를 잡던 손이 미끄러지면서 나의 몸은 휘청됐다.

몸이 쓰러질 뻔했다.

운동 신경도 없는 몸이 넘어지지 않으려 기댈 수 있는 곳은 오른쪽 발뿐이었다. 나의 오른쪽 발은 그 역할을 해주었지만, 나의 구두는 내동댕이쳐졌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고 본능적으로 구두를 집어 들고 와 허겁지겁 발을 밀어 넣었다.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면접관 안쪽으로 발을 옮기던 찰나 다시 한번 몸이 휘청거렸다. 구두의 굽이 부러지고 만 것이었다. 

 

6cm 정도의 비교적 낮은 굽이 부러졌고, 붙어 있는 굽조차 밑창과 연결된 가죽 덕분에 간신히 붙어있기만 할 뿐, 아예 굽의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나는 어색한 미소로 뒤뚱뒤뚱거리며,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나의 흔들거리는 걸음을 따라 면접관의 시선이 뒤뚱거리는 것만 같았다. 면접관이 나에게 이름을 묻는다. 나는 순간적으로 다시 벌떡 일어나 버렸다. 나의 이름을 말하지도, 앉아도 되는지 여쭈어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돋보기 너머로 치켜뜬 면접관의 시선이 우뚝 서 버린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슬픈 첫 면접이 시작되었다. 면접관은 다행히 괜찮다고 하면서 면접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나는 성심껏 대답하려 했지만, 웬일인지 말문이 막혔고, 주어진 시간 안에 좋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눈물만은 보일 수 없다고 다짐했는데, 마지막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이 울먹임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그 뒤뚱되는 구두를 신고 멍하게 왔다. 몇 번을 넘어질 뻔했지만, 자취방에 들어올 때까지 내 스타킹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지도 모른 채 그리 정신 줄을 놓고 걸어왔다. 그리고 그냥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평소 그리 좋아하던 달빛 때문에 깨어나기 싫은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나도 모를 눈물이 가슴부터 가득해졌다.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한밤 중 조용한 좁은 방 안에서 흐느낌이 전부였다. 이 좁고 작은 공간에서의 사투와 그 모든 것이 나를 원망하는 듯 내 안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긴 긴 밤이 잠깐잠깐 드는 잠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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