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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2. 2022

얼굴이 사라진 남자 1

1. 바람이 몹시도 부는 날이었다 

가슴이 떨리고 마음이 두근대고, 손이 근질근질해서 정신없이 써버리고 싶은 마음을 다듬으며 쓰는 소설의 쓰는 즐거움. 아직 글쓰기가 무엇인지 잘은 모르지만, 계속 써가며 성장하고 싶은 글쓰기에 소설을 더했다.


소설 셀렘의 첫 단편소설은 - <얼굴이 사라진 남자>


 바람이 몹시도 부는 날이었다. 남자는 베란다 창문을 조금 열고, 빠르게 흩어지는 바람을 느낀다. 이내 남자의 미간이 좁아진다. 은근한 두통이 또 시작된 것이다. 남자에게 며칠 째 이 두통이 괴로웠지만, 남자는 오늘에서야 연차를 냈다. 그것도 갑작스럽게... 남자는 타이레놀 한 알을 집어 든다. 한 알 만 먹을까 하다가,  한 알을 더 쥐어본다. 두 알을 입안으로 밀어 넣고, 물 한 모금을 머금었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약을 느끼며  빌어본다. 이제 좀 나아지기를...

  남자는 바람을 쐬러 동네 뒷산으로 나갈 참이었다. 이 동네에 7년을 살면서도 산책 한 번 가보지 않았다. 갑자기 쉬게 된 남자는 바람결 따라 창문 너머 보이는 산에 가보고 싶어졌다. 집을 나서려던 남자는 신발장 거울 앞에서 멈추어 선다. 산에 올라가겠다는 사람의 옷차림이 양복이었다. 어제 입은 흰 와이셔츠에 검은 양복차림. 습관처럼 입어버린 옷을 남자는 또 갈아입기가 귀찮아진다. 그래도 구두는 신고 가기가 싫고 해서 운동화를 신었다. 양복에 운동화를 신고 밖을 나가며 아내에게, 나 나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뒷산에... 그렇게 입고?... 아내의 말에 그냥 남자는 손으로 인사만 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별로 높지 않은 별거 없는 산이라 생각했는데, 남자는 등산 초입부터 숨이 찬다. 헉헉 대며 숨을 몰아쉰다. 잠시 서보니, 마스크 사이로 소나무의 푸른 향기가 들어오는 듯하다. 아팠던 머리가 시원해지는 것 같다. 향기에 취하고 싶어 잠시 마스크를 벗고 싶었다. 마스크 줄을 내리며 주위를 살피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리려던 마스크를 다시 황급히 올린다. 평일 오전인데도,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는 힘겹게 정상에 올라 등받이 나무 의자에 풀썩 앉아본다. 멀리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 높이 해가 떠서 남자를 비춘다. 남자는 정면으로 오는 햇빛 때문에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은 탓이었는지, 따스한 햇빛 때문이었는지 남자는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전화 진동 때문에서  잠에서 깨어났다. 남자를 찾는 아내의 전화였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 밖에 나와 의자에서 잠들었다고 한다면 분명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될 것이다. 남자는 귀찮은 마음에 멀리 올라가 이제 내려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약속이 있다고 나간다고 했다. 아내는 며칠 후 중요한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남자도 아내가 그 일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고 있다. 또 예민해진 아내에게 별 말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남자는 잰 걸음으로 산을 내려와 집으로 가서, 또 한참을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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