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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이 뜨기 전에 Feb 02. 2022

얼굴이 사라진 남자 2

2. 남자는 아내의 저녁 준비 소리에 깨어났다

남자는 아내의 저녁 준비 소리에 깨어났다. 왔어?... 응. 머리는 좀 어때?... 뭐 매번 그렇지 뭐,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남자는 화장실로 가면서 부엌에 있는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화장실 안에서 갑자기 벼락 같은 큰 소리를 난다. 아내는 남자의 큰 소리에 놀라 밥주걱도 든 채로 화장실로 달려간다. 왜! 왜! 무슨 일!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내! 내, 내 얼굴이 안 보여! 얼굴이? 여기! 거울에 내 얼굴 말이야. 얼굴!... 아니 무슨 말이야, 거울 안에 자기 얼굴 보이는데?... 지금 내 얼굴이 보여?... 당연하지! 자고 일어나서 그래? 잠이 덜 깬 거 아니야? 엄청 깜짝 놀랐네. 이런, 아이도 깼잖아... 아이의 짜증 섞인 울음소리에 아내는 이제는 또 아이 방 쪽으로 밥주걱도 든 채로 달려간다.

별일 아닌 것을 안 아내는 남자를 탓하는 듯 툴툴대며 아이에게로 갔지만, 남자는 아연실색해진다. 정말 거울 안에 자기의 얼굴이 안 보인다. 남자는 얼굴을 천천히 만져본다. 분명 얼굴이 다 만져지는데, 왜? 왜? 거울 안에서는 안보이지? 그것도 왜 얼굴만? 남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눈이 문제인가? 머리가 문제인가? 아니? 도대체 멀쩡한 내 얼굴이 왜 보이지 않는 거지? 


남자는 조심조심 화장실에서 나와 거실 소파에 앉았다. 눈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평상시와 너무 똑같았다. 머리는 오히려 한결 나아졌다. 며칠 째 계속되었던 두통조차 지금은 없다. 다행한 마음에 쿵쾅 대던 심장박동이 잦아들었다.


그러면 뭐가 문제지? 그냥 아내 말대로 잠결에 그런 건가? 


하지만, 다시 거울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남자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그러다 별일 아닌 일에 호들갑 떠는 것 같은 생각에, tv를 보려 했다. 그런데 전원이 들어오기 전, 까만 tv 화면에서도 자신의 얼굴만이 보이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핸드폰을 쳐다보았는데, 휴대폰, 유리 창문, 컵, 그리고 숟가락까지 비추어 볼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남자를 비추는 그 어떤 것에서도 남자의 얼굴만이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자기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보지 못하였다.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다니! 어떻게 왜 이렇게 된 거지? 병원을 가봐야 하나?


여보! 나 병원에 가봐야겠어... 왜? 머리 아파서?... 아니, 내 얼굴이 안 보여서... 얼굴? 정말 안 보여?... 어! 진짜 안 보인다고 안 보여! 내 말을 왜 안 믿는 거야?


아내가 보기에도 남자가 진심으로 얼굴이 안 보인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럼 어디를 가지? 안과?... 그런데, 다른 것은 잘 보이는 거잖아... 응... 여기! 이거, 봐봐. 이거 보여?... 응!

아내는 멀리 서서 남자가 잘 읽던 책을 들어 제목이 보이냐고 했다. 늘 보던 그대로이다. 남자는 아내의 말에 안과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디를 가야 하나? 머리가 아파서 그런 거 아니야? 내과 갈까? 내과 어때? 아니면, 혹시 음, 정신과? 

  정신과라는 아내의 말에 남자는 아내를 빤히 쳐다본다. 아~ 아니야. 아니! 너무 오해하지 마. 난 여보가 머리도 아팠었잖아 그리고 그게 안 보이는 것이 말이야. 심리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야. 다른 것은 보이는데 자기 얼굴만 안 보이게 되는 그런 건 아닐까? 손 사레를 치며 진지하게 말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내 얼굴이 진짜 사라진 것도 아니고, 단지 내가 날 볼 수 없다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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