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팀에 들어갔으나 정작 풋살이 뭔지 몰랐던 사람의 풋살 일지
버스를 타러 가는데 아,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사실 더 격한 표현이었지만). 그 짧은 거릴 좀 빨리 걸었다고 숨이 찼다. 이거 걸었다고 힘든데 축군지 풋살인지는 어떻게 하지. 나 괜히 한다고 했나 봐...
근데, 풋살이 뭐지?
버스를 타고, 풋살장에 도착했다. 내가 여기에 왜 있지, 정말 하는 건가. 아직 회원들이 다 안 와 기다리는데, 구단주(이자 동호회 창시자)가 재차 이 상황이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정말이었다. 실감이 안 났다. 우리가 축구를 한다고? 내가??
회원들이 모두 도착하고 우리는 둥그렇게 서서 스트레칭을 했다. 몸을 풀고 나서, 신발(접시콘 혹은 트레이닝콘이란 걸 대체할)을 두 개 놓고 중앙, 좌측, 우측으로 폴짝폴짝 뛰는 훈련을 했다. 중심을 잡고, 안정적으로 좌우로 몸을 움직이는 이들과는 달리, 나는 중심을 못 잡고 비틀대다가 누군가의 신발을 몇 번이나 무참히 밟고 말았다. 앞을 보고 전속력으로 뛰었다가, 백 스텝으로 돌아오는 훈련도, 왼쪽 깨금발로 출발했다가, 오른쪽 깨금발로 돌아오는 훈련도 했다. 풋살장을 두 바퀴 뛰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패스 연습을 하는데, 공을 그냥 앞발로 차는 게 아니었다니. 이걸 내가 n년 만에야 알았다니. 골프도, 아이스하키도, 피겨스케이팅도 아닌 축구를 왜 난 배운 적이 없는 거지? 패스 연습을 하고 10분 간 휴식 후 경기에 들어간다고 했다. 저 패스도 방금 배웠는데..? 그리고 저 방전된 거 같은데…. 누군가 팀을 나누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했는데, 나는 그만 가슴이 쫄리고 말았다. 학교 다닐 때 두 팀의 대표가 가위바위보로 ‘선수’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내가 초반에 발탁된 적이 있었던가?(없다.) 그렇지만 우리 **FC의 팀을 꾸리는 방식은 꽤나 합리적이었다. 둘씩 짝을 지어 가위바위보를 한 후, 이긴 사람은 이긴 사람끼리, 진 사람은 진 사람끼리 팀이 되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방법이 있었다니. 왜 난 누군가의 가위바위보를 보며 그렇게 오랫동안 가슴을 졸인 거지?
나는 왼발잡이란 이유로, 왼쪽 풀백을 맡았다.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그냥 왼쪽에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팀원들이 몇 번 내게 패스를 했는데, 다 놓쳤던 것 같다. 내 패스는 어땠더라. 목표한 대로 제대로 간 게 있었나?(없다.) 그래도 왠지 계속 뛰어야 할 것 같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상대팀이 한 골을 더 넣은 채로 이긴 것 같다. 지금 상황에 승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경기 결과, 나는 왼쪽 풀백이 아니라 왼쪽 구멍을 맡았다는 걸 알게 됐다.
집에서 가져온 물을 냅다 마셨다. 뭐 하러 생수를 두 개나 가져왔담. 구멍 주제에...
잠시 후에 경기 총평을 들어야 한다고 해서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총평이라니. 여기 완전 철저한 곳이잖아? 누군가는 경기력을, 누군가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나. 나는 놀랍게도 위치 선정을 잘 한다는 평을 받았다. 유연하단 얘기도 들었다. 아, 스윗한 감독님. 그런데 한 마디가 남아 있었다. 감독님은 내가 패스를 많이 놓쳤다며, “제가 어렵게 준 것도 있지만...” 이라는 첨언을 붙였다. 스윗하면서 냉정하신 분… 그렇게 모든 게 끝이 났다. 나는 이날을 위해 산 축구용 윈드브레이커를 입고 퇴장하면서 회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누군가 말했다.
“진짜 선수 같아.”
그랬지. 내가 상상한 것도 ‘선수 같은’ 플레이였다. 헛발질과 패스 미스가 특징인 왼발잡이가 아니라. 나는 급 초라해져서 얼른 그 자릴 떴다.
그런데, 이 땀 냄새로 어떻게 버스를 타지?
2019년 7월 29일의 풋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