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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May 10. 2022

무심하게

뱉지 않아도 되는 말이 있어요

다리 밑에 앉아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어요
바지에 흙이 묻어도 아무렇지 않아요
크게 울리는 소리에 놀라지도 않고
시끄럽다고 소리 지르지는 사람도 없어요
이곳에는 누군가 버린 나무 자재가 있고
누군가가 쓰다 버린 침대도 있어요
그곳에 누워서 그 사람의 체온을 느껴요
조금은 차갑고 축축하기도 해요

그래도 좋아요
조금만 지나면 마르겠죠
하얀 신발을 신고 흙바닥에 남은 동물들의 발자국을 따라가 봐요
작은 돌멩이를 바닥이 보이는 하천에 던져봐요
우스운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자리에 박혀버려요
아무렇지도 않게 물은 또 흘러가요
땅거미가 만든 거미줄에 침을 뱉어봐요

거미가 없는 집은 말없이 품어주죠.
이곳은 무심히 살아가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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