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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규 May 24. 2022

지네 살인

산문 시

비가 와요. 도시의 불빛은 숨을 죽이고 사람들은 웅크려 앉아요. 다리 밑에는 하수구에 숨어있던 지네가 들끌어요. 다크히어로는 그곳에 가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춰요. 빗소리에 수많은 살들이 터지는 소리는 묻히죠. 잡초를 뜯어 벽에 초록 글씨를 써놓았어요. 금방 들통날 걸 알면서도 이곳에 성흔을 남겼어요. 더는 그곳에 산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게 될 거예요. 지독한 냄새가 나는 죽은 것들은 얼음을 씹어요. 부서진 어금니 사이에는 지네들 자리를 잡고 사랑을 나누고 알을 까요. 입 안에 가득 검은 잎이 피어나 자음과 모음은 불필요한 음정을 남겨요. 흥얼거리지 못할수록 더욱 진한 소리가 나서 도시에 죽은 소리가 울려 퍼져요. 죽은 것들은 고개를 들고 그곳을 바라보며 제 살곁을 물어뜯어요. 그제야 영화처럼 경찰은 뒤늦게 등장하고 검은 피를 흘리며 함구하고 있는 자들의 팔에 수갑을 찼어요.  취조실 밖에서 검찰과 경찰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검은 잎을 가진 자들은 더 큰 잎을 피우고 있어요. 그들의 방 안에 돌아왔을 때는 더는 인간이 아닌 것과 대화하고 있을 거예요. 계획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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