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특이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문규 Jun 02. 2022

보름달

  보름달이 뜨면 손톱을 자르는 습관이 있다. 방에 있는 모든 불을 끄고 달빛에만 의지한 채 손톱을 자른다. 오른손 엄지손가락부터 차근차근. 때론 피가 나도록 깊게 자르게 되면 입술로 피를 빨아내고 다시 자른다. 다시 왼손으로. 오른발부터 왼발까지. 그렇게 자른 손톱과 발톱은 날카로워서 초승달을 닮았다. 아끼던 시집의 보기 싫은 부분을 잘라본다. 피가 살짝 은 것이 잉크가 마른 것처럼 검은빛을 띤다. 그 부분의 문장은 다음 시로 넘어갈 때까지 읽을 수 없는 시가 된다. 불 완정 한 것이 의문을 품었다.      


  휴대폰 속 날씨에는 오늘 밤에 보름달이 뜬다고 했다. 오늘은 내가 가진 것에 의문을 잘라내는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심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