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리 YLLYJ Sep 30. 2024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찬사 '잡지가 뭐길래'

베어(bear) 매거진 v19. 칵테일 리뷰 #잡지리뷰




 프롤로그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찬사


때로는 지금 살아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살아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김없이 찾아온 오늘이지만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그 모든 몸짓들은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그것은 보란듯이, 하지만 실체 없이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겼다. 마치 나를 기억해달란 듯이. 그럼에도 그 몸짓들을 잊고 정신 없이 살아가기에만 바쁘며 결국 살아있다는 감각은 금세 무뎌지고 만다.


이제서야 살아있음을 대단하게 느꼈다면, 나는 평소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걸까.


그래서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홀로 새벽과 내외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이 순간, 눈앞에 놓여진 읽을 거리와 배울 거리가 많아 눈이 반짝거리는 이 순간,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삶의 현장 조각을 손에 쥔 이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아버린걸까.


내가 살아있음을 깨달은 순간, 나는 지금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 나름대로 오므렸다 뻗었다 하며 발버둥치는 몸짓 궤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누구든 하나의 궤적을 그릴 동안 목이 메이도록 울고 주름이 지도록 눈썹을 휘고 침이 튀기도록 다투는 치열함이 분명 거기 있었을 거라고.









 종이잡지가 좋은 이유 

종이 잡지는 누군가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데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매체이다


나는 무언가의 컨셉이 포괄적인 것보다 좁고 명확한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세상 모든 지식을 얕게 아는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현장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듣는 것에 매우 관심이 많다.


특히 그 컨셉이 분명한 직업 이야기의 경우, 쉽게 흥분하고 만다. 내가 어린이들을 위한 직업 체험 놀이터 키자니아,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 특정 직업/직무 브이로그 유튜브를 좋아하는 것이 그 예시이다.


종이 잡지는 그 중에서도, 누군가의 삶을 간접 체험하는 데에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매체이다.


잡지는 잠시 멈춰 생각할 기회를 준다. 그것은 일간지나 인터넷의 짧은 호흡과는 다른, 그러면서도 두꺼운 책만큼 부담스럽지 않은 균형을 제공한다.


새로운 직업을 탐구하고 싶을 때, 그 분야의 잡지 몇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덧 전문가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누군가 잡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잡지는 가장 매력적인 포맷의 콘텐츠이며, 그렇기 때문에 항상 붙잡고 있진 않더라도 만나게 되는 순간엔 그 어떤 것보다 애정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종이 잡지는 '바로 지금 여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실재적 경험을 제공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는 것과 종이 잡지를 넘기는 감각은 다르며, 잡지를 읽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 되는 것이다. 그냥하는 경험 그 이상인 것이다.









 베어 매거진 19호 리뷰 

나는 그 모든 경험이 좋았다고 말한다


정장을 벗고 츄리닝을 입은 듯한 자연스럽고 빈티지한 느낌의 노출 제본


두터우면서 거친 질감이 살아있는 종이 재질


의미를 아직 알 수 없지만 모든 페이지에 한 잡지라는
결속력과 일관성을 부여하는 X 표시


궁금한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은 알짜배기 인터뷰


지면의 한계로 차마 담지 못한 이야기가 더 있다는 편집장의 말


주문한 잡지를 기다리며 홈페이지 상세 이미지를 수도 없이 들락날락했던 순간들


마침내 손에 쥔 낯선 모습에 잠시 필요했던 적응의 시간


잡지를 구매한 이후의 총체적 경험은 나를 황홀하게 했다.


놀라운 것은 칵테일에 일말의 관심조차 없던 내가 바텐더의 일에 이렇게까지 빠른 시간 안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컨셉이 좁고 명확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실험으로 가치를 더해나가는 것이 매우 역동적인 일이라고 느껴졌다.


금세 이 빨-간 매력에 빠져버렸고 전혀 관심 없던 칵테일을 취미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칵테일편을 마지막으로 2년간 발행을 멈춘 베어 매거진이 언제 발행을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옷 편(벌써 주문함)을 포함한 이전 호수를 들여다보며 긴 호흡을 두고 기다릴 예정이다.




베어(bear) 매거진 v19. 칵테일 편이
당신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5whys 분석 초반부터 막힐 때, 이렇게 풀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