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hsp의 사색

예민한 내가 영업직이라니

by 소소한빛

오늘도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지쳤는데,

오늘은 고객에게 쓴소리까지 들었다.

“그걸 왜 지금 말해요?”

“내 시간 뺏지 마세요.”


웃으며 “죄송합니다”를 말했지만,

속으론 숨이 막혔다.

마음속 어딘가가 ‘쑥’ 꺼져내렸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몇 시간째 맴돈다.


나는 ‘영업직 HSP’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마주해야 하고,

그들의 반응, 표정, 말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며,

때로는 억지 미소와 감정 노동을 견뎌야 하는 일이

매일의 일상이다.


하지만 나는 HSP입니다.

감정에 민감하고, 거절에 상처받고,

누군가의 기분이 내 하루를 바꾸는 사람.

쉽게 에너지가 고갈되고,

작은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쳐버리는 사람입니다.


그런 내가 영업직이라니.

아이러니하죠?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에


내가 선택한 일이든,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일이든,

지금 내가 처한 이 자리는 분명 버거운 자리입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HSP인 내가 살아남기 위한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보기로 했거든요.


1. 감정 ‘비우기’ 루틴: 하루의 감정 쓰레기통 만들기


HSP는 하루 동안 받은 감정을 가슴에 담아두고 삭힙니다.

문제는 그 감정들이 ‘쌓이면’ 병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매일 퇴근 후,

작은 노트에 감정을 씁니다.


"오늘 고객에게 들은 말이 마음에 박혔다.

‘내 시간 뺏지 말라’는 말에 나는 가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감정을 단순히 쓰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감정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은 시작됩니다.


2. 나만의 ‘무표정’ 연습: 가면쓰기와 진짜 나 구분하기


HSP는 감정노동이 심할수록 탈진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와 가면이 뒤섞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면 모드'를 의식적으로 켭니다.


출근하며 말합니다.


“지금부터는 영업용 나. 고객 앞에선 연기해도 괜찮아.”

퇴근하며 말합니다.


“이제 진짜 나로 돌아갈 시간이야. 수고했어.”

역할과 진짜 나를 구분하는 습관이

나를 지키는 장벽이 됩니다.


3. ‘거절’ 연습: 미움받을 용기 대신 나를 위한 거리두기


HSP는 ‘거절’을 두려워합니다.

거절은 곧 ‘상대에게 상처 주는 일’이라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 거절을 하지 않으면

내가 병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문장을 외웠습니다.


“조금 생각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어려울 것 같아요.”

“그 방식은 제 스타일과는 조금 달라요.”

작은 거절을 연습하며 알게 됐습니다.

거절이 ‘관계 파괴’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경계선’이라는 걸.


4. 하루에 단 한 번, 자극을 끄는 시간


영업직은 외부 자극의 폭탄 같은 직업입니다.

목소리, 표정, 시선, 말투, 분위기까지.

하루 종일 ‘나 아닌 것’에 반응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퇴근 후 자극을 끄는 시간을 꼭 만듭니다.


핸드폰 비행기 모드

조용한 방에서 불 끄고 10분 눈 감기

잔잔한 음악, 향기나는 티 한 잔

이 짧은 10~20분이 내일을 살 힘이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그게 HSP에게는 산소입니다.


5.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기: 존재의 확신 만들기


영업직 HSP는 ‘칭찬에 굶주린 사람’입니다.

남에게는 잘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매일 실망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이렇게 씁니다.


“오늘 그 힘든 고객을 끝까지 웃으며 대했다.

그건 아무나 못하는 일이야. 나는 잘하고 있어.”

“오늘 무례한 말에도 폭발하지 않고 참았어.

상처는 났지만, 나는 강해졌어.”

매일 스스로에게 남기는 한 줄 칭찬은

나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HSP이고,

내일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하루를 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나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예민함은 단점이 아닙니다.

그건 감정의 섬세함이고,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는 능력이며,

관계 속에서 조심스러움을 가진 고운 마음입니다.


영업직 HSP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당신은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 감정노동의 세계에서

웃으며 하루를 버텨낸 당신은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당신은 감정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감정을 지켜주는 루틴이

당신의 삶을 지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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