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삶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by 소소한빛

어른이 된다는 건,

무덤덤해지는 걸까.

감정이 옅어지고, 기대가 줄어들고,

쉽게 설레지 않고, 쉽게 낙심하지 않는 상태.

예전엔 그게 슬픈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무덤덤해진다는 건

그저 덜 흔들리는 것이다.

더 이상 작은 바람에 무너지지 않고,

사람들의 말에 쉽게 마음을 쏟지 않고,

내 안의 고요를 지킬 줄 아는 것.


그건 차가움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이해이고,

조용한 단단함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있다.

더 잘해야 한다고,

더 빨리 도달해야 한다고,

더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나날들.

때로는 누구를 위한 건지도 모른 채

열심히 애쓰고, 비교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던 날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기에

지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이제는 조금 내려놔도 괜찮아.”

“그저 그런 날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도 괜찮아.”


이제는 무르익는 삶을 살고 싶다.

성숙해진다는 건

무겁게 사는 게 아니라,

가볍고 깊게 살아가는 일 같기도 하다.

더 많이 갖기보다,

덜어내고 비워내고,

내게 꼭 필요한 것만 곁에 두는 것.


눈부시게 행복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좋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면 충분하다.

햇살이 따뜻하고,

밥이 맛있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충분히 값지고 충만하다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돼.”

“‘그려려니’ 하며 사는 것도

지혜이고 용기야.”


예전의 나는

늘 정답을 찾으려 했고,

실패를 두려워했고,

어딘가에 도착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지금의 나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여긴다.

그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면

그 또한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지금 무르익는 중이다.

조용히, 천천히,

더 따뜻하고 깊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 속도가 딱 좋다.

바쁘지 않아서 좋고,

비워낸 만큼 마음이 가벼워서 좋다.


그래서 오늘도

어제처럼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감사와 평화를 느낀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어쩌면 이렇게 사는 게

가장 성숙하고 아름다운 어른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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