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없어, 현재만 있지

by 소소한빛

늦은 오후,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사이, 오랜만에 나에게 글을 쓰는 시간을 내본다. 조용한 집 안,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평화로워서 잠시 숨을 고른다.


요즘 자꾸 '미래'라는 말이 버겁게 느껴진다.

"나중에 잘될 거야."

"조금만 더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

"앞으로는 더 좋아질 거야."


그 말들, 왜 이렇게 공허하게만 들릴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언제 올지조차 알 수 없는데 말이다. 나는 점점 그런 약속들에 기대는 대신, 지금 눈앞에 있는 오늘을 붙잡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둘을 키우며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은, 미래를 꿈꾸기에 너무 빡빡하다. 때로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작은 전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분유를 타고, 기저귀를 갈고, 밥을 차리고, 어질러진 장난감을 치우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어디에 있지?" 하고 묻게 된다.


하지만 그런 질문마저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그냥 살아야 하는 시기니까. 그냥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예전엔 매일 미래를 설계했다.

5년 뒤엔 이러이러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아이들이 몇 살쯤이면 내가 조금은 여유로워질 거라고, 나도 언젠가는 나답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 모든 미래의 그림들이, 지금 이 하루를 놓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나는 요즘에서야 깨닫는다.


오늘 내가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

오늘 내 아이들이 크게 아프지 않고 웃고 있다는 것,

오늘 남편과 큰 싸움 없이 하루를 넘겼다는 것.

그게 다행이고, 기적이고, 삶이 아닐까.


사람들은 자꾸 나에게 말한다.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지."

"아이들이 크면 너도 네 인생 살 수 있어."

"지금 힘든 건 당연한 거야, 엄마니까."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대신 믿기로 했다.

미래는 없어. 현재만 있지.


그 말이 허무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위로가 된다.

왜냐면 그 말은 나에게 지금을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오늘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 잘 쉬고만 있어도 괜찮다고,

오늘 나를 위해 한 스푼의 여유를 부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나는 이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이고,

이 하루를 버텨낸 내가 바로 대단한 사람이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도, 오늘의 나를 안아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다짐해본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휘둘리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불안에 내 하루를 뺏기지 말자고.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이, 내 삶의 가장 진짜라는 걸 잊지 말자고.


미래는 없어.

현재만 있지.

그게 진짜 나의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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