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지적장애 학생의 재능, 격려와 존중이 필요합니다

by 바람
사본 -piano-g1adefb122_1920.jpg 픽사베이

"얘들아~ A가 곡을 써."

"알고 있어요."

"오늘 자습한다고 했는데, 괜찮으면 A가 만든 음악 들어보는 건 어떨까?"

"좋아요~"


예쁘게 하는 말을 너무 믿었던 것일까? A의 재능을 알고 있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막상 음악이 나갈 때의 분위기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했다. 각자 듣고 싶은 음악이나 영상을 둘셋씩 모여 떠들며 태블릿으로 시청하는 학생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런 친구들 외에도 자거나 자기 일에 몰두하는 학생도 많았고.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들어야 꼭 듣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곡을 만들고 공개하는 A의 눈치를 나 혼자서만 보았던 것 같다. 정작 그 친구는 자신의 곡이 나오는 순간에도 행동이나 표정의 변화는 없어 보였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제멋대로인 행동도 이미 학습된 것처럼 개의치 않는 것 같았고.


A는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는 특수학급의 학생이었지만, 그래서 특별히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곡을 선보이는 학생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에 관한 문제였다. 정색하며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더 어색할 것 같아 집중해 달라는 말을 곡이 끝날 때까지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태도는 일반적으로 학급에서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너무 달랐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아 오히려 민망했다. 조금만 귀 기울인다면, 조금만 반응하고 호응해 준다면, 좋았다는 한마디 말을 해 준다면 A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았는데.


마음이 맞는 또래들과 쉴 새 없이 얘기하고도 모자라는 것이 일반적인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다. 끼리끼리 뭉치고 떠들고 얘기하는 아이들 틈에서 홀로 견디는 그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물론 지적장애가 없는 학생들 중에서도 친구관계에 곤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친구들에게 자신의 곡을 공개하는 용기가 안타까웠다.


그날의 발표는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은 어림잡아 30-40곡이 훨씬 넘는 곡들 중에서, 네 곡 정도 듣고는 끝이 났다. 아쉬움을 표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경기도 일반계 고등학교지만 현재 학교에는 특수학급 학생 3명이 통합학급에서 함께 공부한다. 그중 A는 우울증도 있어서 친구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한다. 늘 두 손을 얼굴 주위에 올리고 있으면서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 학생이 자습시간 자신이 작업한 음악을 틀어줄 수 있는지 물어왔던 것이었다.


A와의 만남은 작년이었다. 2학기가 한참 지난 시점에도 학급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담임이나 부모님이 늘 신경 쓰고 걱정하던 학생이었다. 특수학급과 일반학급을 오가며 수업을 듣고 있는 A는 하루 수업도 3시간 정도만 듣고 조퇴했다. 그야말로 간신히 하루 3시간의 수업을 들었다.


그런 학생에게 음악을 만드는 재능이 있다고 해서 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 '깊이가 얼마나 있을라고...' 나도 모르게 편견이 작동했다. A와 눈인사를 나누고부터 가끔 톡으로 자신의 출결에 대해 메시지를 보내왔고 이후에는 자신의 음악 파일도 보내왔다.


"오늘 병원에 갔다가 늦게 등교해요."

"알았어요. 올 때 처방전 가지고 와야 해~"

"넵!"


"제가 작업한 곡이에요.ㅎㅎ"

"ㅇㅇ 들어볼게~"


메시지 대화로는 여느 평범한 학생과 다름이 없었다. 밝고 깍듯하고 예의를 차리는 학생이었다. 그렇게 친해진 후부터 자신이 곡을 썼다며 mp3 파일을 전송해왔고 감상을 전하기 위해 음악을 재생했는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내온 몇 곡이 주로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느리고 어눌한 본인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깊고 진했다. 목소리만으로도 온몸을 써서 부르는 노래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노랫말은 더 절실했다. 고등학생이라 사랑의 감정을 모르지 않겠지만, 이렇게 호소력 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눌한 목소리가 오히려 깊이을 더하는 느낌이었다.


보통 경계성 지적장애는 전체 아동의 6-7%에 해당할 만큼 흔하다고 한다. 지적장애는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생태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적 맥락 내에서 기능의 제한성 때문에 나타난다고 한다. 대부분은 느리고 둔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지만, A의 경우는 심각한 우울증과 겹쳐 학교 생활의 어려움이 컸다.


상호작용적 맥락 내에 기능의 제한성, 결국은 관계의 어려움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 배우와 실제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정은혜 배우는 쌍둥이 역할을 연기했다. 언니(정은혜)의 그림이 전시된 것을 보며 동생 역의 한지민 배우가 오열하는 장면이 화재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와 시선을 맞추는 게 되게 어려운데, 누군가의 얼굴을 보면서... 4천 명의 얼굴을 실제로 그렸잖아요. 그렇게 해냈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고 감격스러워서..."
"그 친구들은 한 명 한 명 어떻게 보면 다 보석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그걸 찾아내준 계기가 된 것 같다."(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점점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삶이 팍팍해지는 시대다. 그럼에도 만남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품어주고 공감해 주면 그들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는 회복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한 사람을,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지혜는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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