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식품에서 찾은 자유

편하게 자유롭게

by 바람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우리 집 식단에도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수산물을 전혀 안 먹고살 수는 없는데... 고민을 하며 시장에 가서도 일부러 외면했던 것이 수산물 가게였다. 방사능의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일본에서 방류한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돌아오는 기간이 꽤 걸린다는 말도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장 보는 사람들은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아서 나만 홀로 너무 유난히 아닌가 싶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사건 때문에 보도는 안 되지만 아마도 일본에서 방류한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해류는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이미 우리 해역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암수술 이후 날것인 생선회 종류는 피했지만 익혀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신중하게 선택해서 나름 식탁에 정성을 쏟았다. 평소 좋아하는 오징어나 굴, 흰 살 생선을 종류별로 돌아가며 구이나 찜으로 자주 식탁에 올렸기에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엄격하게 따지면 방사능 오염수 여파로 당시 폭등했던 천일염이나 김, 미역 같은 해조류도 기피해야 하니 어떤 것은 괜찮고 어떤 것은 안 되고를 구분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한동안 식탁에서 수산물 다양성이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나 나름의 합의에 이르렀다. 바로 수입 냉동식품이었다. 일본산은 경계, 중국산은 원래도 불신이 높았지만 유럽에서 들여오는 생선 종류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 집 냉동고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 바로 냉동 고등어다. 120-140g 정도의 크기를 선택해서 조리하면 한 끼 식사에 한 마리씩 남기는 것 없이 깔끔하고 만족한 식사를 할 수 있다.


한 번 구매하기 시작하니 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손에 비린내를 묻혀가며 손질할 필요가 없었다. 시장에서 생물을 사서 한 번에 조리하면 너무 많아 결국 버려지게 되고, 양을 나눠 조리하면 그건 또 그것대로 비린내가 심해져서 처음 조리한 것과는 맛이 너무 달랐다. 물론 여기에는 나의 요리 솜씨가 한몫했겠지만. 그렇게 나는 생물이 최고라는 생각을 지워갔다.


나의 요리 솜씨로 말하자면 그럭저럭 맛을 내지만, 애초에 손맛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서 비린내를 효과적으로 잡는 방법을 잘 몰랐다. 물론 지금도 완벽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여러 방법을 사용했지만 효과가 좋지는 않았다. 반드시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만 생물 생선은 여러 모로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언젠가 식당에서 노릇노릇하고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게 구워주는 고등어구이에 단번에 매료됐다. 비린내 많은 생선은 무조건 피했는데, 식당에서 오븐에 구워주는 고등어구이는 비린내마저 향긋하고 군침이 돌았다. 고등어구이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을 정도였다. 이후로 그 맛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냉동 고등어를 실험적으로 100g부터 160g까지 단계적으로 구매하며 우리 가족이 먹기에 적당한 크기를 찾았다. 판매하는 곳에 따라 가격은 다양했다. 너무 싸도 의심스럽고 너무 비싸도 의심했다. 처음엔 그래도 국내산을 선호했는데, 차츰 국내산은 선택지에서 지웠다. 냉동 수입 생선의 세계는 넓고 방대했다.


그러다 최근 내게 꼭 맞는 맛을 찾았다. 식당에서 먹은 것만큼의 향긋한 비린 맛. 집에서 가스불에 구워도 오븐에 구운 것처럼 기름기가 돌고 퍽퍽하지 않은 냉동 노르웨이 고등어. 유레카를 외칠 만큼 대단한 발견은 시댁 식구들과의 모임에서였다.


오랜만에 여러 가족이 모였는데 밖에서 먹자니 마땅한 메뉴를 통일하기 어려웠고, 밥을 먹자고 하니 술도 있어야 했다. 요행히 메뉴를 통일하고 밥과 술을 두루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고 해도 요란하고 북적이는 장소보다는 편하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가족만의 공간이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집밥이었다. 준비한 것이 모자라면 메뉴에 따라 배달로 채워도 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편하게 앉아 있어도 괜찮은 집밥. 물론 누군가의 밥 짓는 수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음식 준비에 부담과 까다로움을 나눌 수 있다면 말할 것도 없이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에서 먹은 냉동 고등어구이의 맛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적당히 노릇노릇 구워진, 적당히 기름진, 적당히 촉촉한. 적정선을 잘 지킨 냉동 고등어의 상표를 휴대폰 카메라에 찍어 집에 와서 바로 주문을 완료했다.




냉동식품은 처음 냉동 고등어를 시작으로 야금야금 범위를 넓히고 있다. 모둠 해물은 파스타를 만들 때도, 해물 된장찌개나 해물 칼국수를 끓일 때에도 활용한다. 냉동 오징어나 냉동 새우는 냉동계의 고전답게 명절이면 꼭 주문하는 품목이다.


우리 가족은 밥도 냉동실에 보관한다. 전기밥솥이 아닌 가스불에 밥을 짓고, 냉동실용 밥 보관용기를 꺼내고 밥을 채운다. 냉동실에 넣었다가 끼니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는다. 밥을 냉동실에 얼렸다가 먹으면 맛과 영양분은 그대로지만 칼로리는 절반 이상 낮아진다고 한다. 시작은 여러 번 밥 짓는 수고를 하지 않고 편하게 살자는 요령으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주워들은 정보로는 당이 절반으로 준다고 하니 남편의 당건강을 위해서라며 당당하게 냉동실을 활용한다.


요즘엔 냉동과일의 수요가 크다는 말도 들린다. 사과를 필두로 모든 과일 값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냉동 과일은 가격 면에서 반도 안 되는 수준이니 확실히 매력적이다. 냉동 블루베리와 딸기, 망고 등은 요거트에 넣어 먹으면 씹는 재미가 있다. 아쉬운 대로 신선과일에서 느끼는 허기를 극복할 만하다.


자잘한 간식들도 냉동실 한 자리를 차지한다. 냉동 핫도그나 호빵, 태생이 냉동인 만두와 떡국떡 등, 한번 장을 보면 냉동실이 넉넉하게 채워진다. 너무 편한 것만 추구하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매 끼니 밥 짓기가 며칠에 한 번으로 변하는 것처럼, 최적의 냉동 고등어를 찾아가는 과정처럼, 다른 식품들도 나름의 과정을 냉동실을 채우게 될 것 같다. 어쩌면 시대가 나를 이렇게 이끄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주방에서 30년 이상을 보냈으면 이제는 적당히 몸과 마음의 자유를 맛봐도 되지 않은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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