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명절이 다가왔다. 예전 같지 않다는 뉴스에서의 시장 취재에도 불구하고 내가 찾은 시장은 북새통이다. 큼직한 장바구니를 모두 끌고 나와 부딪칠 때마다 바퀴가 발등을 넘어간다. 그래도 무어라 말할 수 없다.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니 참고 넘어가는 수밖에. 가격도 모두 똑똑 떨어진다. 고사리 한 근 오천 원, 도라지 사천 원, 숙주 천 원. 시금치 한 단 삼천 원. 무 한 개 사천 원. 내가 늘 만드는 나물거리다.
여기에 설이니 떡과 만두, 생선, 돼지갈비와 소갈비 적당량을 사고, 마늘 파 등의 양념과 김과 깨를 사면 장바구니는 꽉 차서 터질 지경이다. 차에 한 번 내려놓고 다시 빈 장바구니를 가지고 나와 놓친 것들을 마저 채우면 아쉬운 마음 한편에 쓴 돈은 이미 넘치는 장보기가 끝난다. 시장 왕복 두 바퀴. 오전 내내 시장에서 보내고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다.
시장에 3천 원 국수가게가 있다. 부천역 자유시장에도, 오늘 방문한 중동시장에도 있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주문한다. 서운하면 김밥도 한 줄 더 시킨다. 그렇게 먹어도 만 원이 안 되는 돈이다. 저렴하지만 저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맛도 있다. 역시 이곳도 우리가 마지막 남은 자리를 차지하고 나니 뒤에 온 사람들은 입구에 줄을 선다.
우리는 가격이 착한 곳을 자주 찾는다. 착한 가격에 만나는 맛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시장은 국수를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가지만 대부분은 지나다 만나는 경우가 많다. 국수도 분식도 좋아하고, 오다가다 간판을 잘 보고 들어가면 가끔은 저렴한 가격의 맛있는 행운을 만날 수 있다.
가끔 가격이 너무 착한데 주인의 태도가 좋지 않은 곳이 있다. 너무 착한 가격이어서 화가 난 것일까. 주인장이 음식을 억지 기부한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손님들 하나하나가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몹시 짜증 난다는 표정도 짓는다. 음식 가격이 착하고 맛이 좋으면 줄은 기본이다. 반듯하게 줄 서는 것은 기본, 합석은 당연, 계산할 때 거저먹고 가는 것처럼 툴툴대는 서비스까지, 장사를 하며 손님들을 향해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동네에 왕돈가스 맛집이 있다. 아니,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있다.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그 집을 자주 찾는다. 가격이 싸지는 않다. 받을 만큼 받는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늘 줄을 서서 사람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본다. 만족스러운 양 때문이다. 아이들이 원해 어쩌다 함께 그곳에 갔다 나올 때면 늘 기분이 언짢다. 음식 값을 계산할 때 주인장의 태도 때문이다. 분명 의자에 앉았는데 드러누운 자세다. 야릇하다. 또 하나, 말투다. 절대 존댓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나만 예민해서는 아니다. 평소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아이들도, 그 음식점의 음식은 좋아하지만 주인장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만 그럴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들이 보는 눈은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음식도 맛있고 가격도 착하고 주인의 태도도 공손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다행히 오늘 간 국수가게는 친절하다. 손님이 많이 들어 비좁은 자리에 미안해하고 공손하게 합석을 권유한다. 음식점에서의 가장 중요한 원칙, 주문한 순서대로 칼같이 나오는 것은 기본이다. 기분 좋은 배부름을 느끼며 가게를 나선다.
시장에 가면 평소 절대 안 사는 호떡도 잘 사고, 꽈배기도 잘 사고, 붕어빵도 잘 사 먹는다. 시장통을 왕복하며 한 입씩 베어 무는 그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너무 복잡하고 집에 가서 할 일이 많다. 한 입씩 먹으며 느끼는 재래시장의 향기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