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기본 철학
고래의 소리
고래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없으시다면, 잠시 멈춰 아래의 버튼을 눌러 그 낯선 소리를 한 번 마주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낮고 깊게 울리는 이 소리는 포효에 가까운데요.
소리만으로도 그것이 울려 퍼질 광활한 바다를 떠올리게 하고, 듣는 이에게 묘한 장엄함을 남깁니다.
이 소리는 혹등고래의 소리입니다.
잡음에서 의미로
1960년대 초, 바다 아래에서 포착되던 이 소리는 오랫동안 아무 의미 없는 해양 잡음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직관을 지닌 해양학자 **로저 페인은 이 소리 안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고, 분석을 통해 그 직관이 옳았음을 밝혀냅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혹등고래의 소리는 무작위적이지 않습니다.
짧은소리들은 반복되어 하나의 단위를 이루고, 그 단위들이 묶여 주제가 되며, 주제들이 이어져 긴 연속을 만들어 냅니다.
구조는 계절마다 조금씩 변하지만, 같은 해에는 같은 집단의 고래들이 마치 유행가처럼 동일한 패턴을 공유했습니다.
한마디로, 혹등고래의 소리는 의미 없는 잡음(Noise)이 아니라 구조와 패턴이 있는, 의미를 지닌 소리(Sound)였던 것입니다.
주전자와 사과
의미 없는 잡음(Noise)으로 여겨지던 것들로부터 의미를 지닌 소리(Sound)를 발견하며 지식이 확장된 사례는 낯설지 않습니다.
펄펄 끓는 주전자의 달그락거리는 뚜껑은 오랫동안 무심히 지나쳐졌지만,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사과 역시 뉴턴에게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저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현상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의미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의미는 현상 속에 숨은 구조가 식별될 때 비로소 성립합니다.
이 글들의 지향점
이쯤에서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의 지향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이 글들은 경제와 투자를 주제로 삼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경제 신문이나 칼럼이 다루는 최신 이슈, 투자 트렌드, 거시경제 동향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제가 관심을 두는 것은 일반 원리와 구조입니다.
인문학, 역사, 수학, 과학, 심리학, 경제학, 경영학, 생물학, 인류학, 그리고 일상 속 경험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견되는 지식들이 우리가 경제를 이해하는 데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앞선 고래의 사례에 비유하자면,
세상의 지식은 고래들의 울음소리처럼 경제라는 바다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 대부분은 소음처럼 흘러가지만, 그중에는 바다를 이해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소리들도 섞여 있습니다.
이 글들은 소음(Noise)들 가운데, 의미(Sound)를 식별해 바다를 더 깊게 이해해보려는 시도입니다.
끝맺으며
이 글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실험에 기반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최신 정보에 기반한 시장 예측을 목표로 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와 시장에 반복적으로 작용하는 일반적인 원리들을 차분히 살펴보려 합니다.
그 과정이 시장과 경제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 이 탐구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은 매주 한 편씩 이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