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걸 혼자 다 한다고요?

자유리 에세이

by 작가 자유리

#천상천아 유아독존?


스크린샷 2025-03-20 오전 11.29.05.png


나는 어릴적부터 혼자 하는 것을 좋아했다.

뭘 해도 나 혼자만 이뤄내야한다는 것.

나는 그게 나의 신념인지도 몰랐다.

세상의 원리는 그렇게 돌아간다고 보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는 유아독존이었다.

세상에는 나혼자 발디딛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늘 혼자 결정하고 혼자 했다.


사업을 하면서 그 감각은 더욱 커졌다.

혼자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이 무엇일까?

난 도무지 알길이 없었다.


29세때였다.


나는 학원장으로 입시 학원사업을 하면서 고심끝에

학원을 리모델링 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5천만원의 돈을 빌렸다.

그 당시 나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돈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원이 잘 될 것이라 믿었기에 그 돈을

과감하게 인테리어에 쓰게 된다.


그리고 학원은 뜻대로 가지 않았다.

그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매출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5천만원의 돈을 원리금 상환으로 100만원 가까이

갚아야 했다.

미숙했던 나는 돈을 갚는게 어떤건지 잘 몰랐다.


이자를 1년간 갚고 원금상환까지 5년이 더 걸렸다.

매달 매달 꼬박꼬박 그 돈을 갚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나 혼자 사업을 하는 거구나.

이 책임을 다 내가 지는 것이구나.


매달 돈이 빠져나가는 통장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왔다.

월세나 관리비, 인건비, 세금 그리고 이자까지..

나는 더 세상에 대해 확신했다.


"사업은 혼자 하는거다.
책임은 독박이다."



# 틈 없는 삶




그런 좁은 나의 시선에 사라진 것이 있었다.

인생이라는 여유, 가족이 들어와 숨쉴 틈

하나가 내겐 없었다.


스크린샷 2025-03-20 오전 11.28.15.png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다.

인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신은 무한하다.

유한함은 무한함을 증명 할 수 없다.


당시의 젊은 나는 나의 유한함을 몰랐다.

나의 한계를 모른것이다.

그저 열심히 살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나혼자 오롯이 짊어지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때로는 삶이 원망스러웠다.

삶이 원망스러울때는 한강에 가서 큰 소리로 울었다.

집이 좁았기 때문에 한강만큼 넓은곳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신은 큰 의미가 없었다.

무신론자인 나는 신에 대한 회의를 의지의 발동으로

삼았다.

나를 지켜주는 이가 없다면 스스로 나를 지켜야한다는

일념만이 있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만 치열할수록 내 삶은 점점 더 무너져갔다.


스크린샷 2025-03-20 오전 11.28.40.png


그러던 어느날,

나는 지쳐 잠들어 있던 나의 어미의 발을 보았다.

나무를 갈아도 톱처럼 갈릴 것 같은 그 발을 보면서

나는 내 인생이 나의 어미를 꼭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의지의 발현으로 이뤄낸 모든 것들은

우연의 발생으로 한번에 앗아가는 일들을

모두 겪은 어미의 발이 애처롭게 보였다.





# 눈가에 주름이 내게 알려준 것




나는 별을 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천체가 운행하고, 지구상의 수백만가지의 생명이

꿈틀거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력은 여지없이 작용하고

빛을 발하는 핵력은 우주속에 만연한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만가지의 식물들이 서로를 얽키고

설키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바람이 어디에서 부는 지를 알 수가 없고,

불길이 치솟는 곳의 그 화염의 힘은 거스릴 길이 없다.

만키로미터 아래의 바다에도 생명체가 산다.


과연 이 생명의 힘,

이 움직이는 동력을 한 인간이 어찌 할 수 있을까?


나는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늘 그 감동적인

역치에 감탄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한다.

내가 일을 하면서 이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나는 무슨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스크린샷 2025-03-20 오전 11.29.25.png


작가 박완서의 경험이다.


"나는 내 눈으로 한번 똑똑히 분꽃이 피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봉오리가 활짝 벌어진 줄 알았는데 지키고 앉으니까 왜 그렇게 안 벌어지는 지요.

나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약간 느슨해진 꽃봉오리를 손으로 펴려고 했습니다.

잘 안되더군요. 인내심이 부족한 나는 기다리다 지쳐서 잠깐 자리를 떳다 와보니

꽃이 용용 죽겠지 하는 얼굴로 활짝 피어있었다.

그런데 내가 억지로 피려했던 꽃봉오리만 피지 못하고 축 늘어져있지 뭡니까?

어른들한테 일렀더니 손독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내 어린손도 독이 되는데 어떤 인자한 힘이

꽃을 피웠을까요? 그건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내 최초의 경이었습니다."


눈가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중년이 되면서

저는 제 인생을 다시금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저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그런 나약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나약한 사람의 마음은 한결 평온하고

평화롭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이 나약함은 강하지 않아도 유연하고

부러지지 않을만큼 부드럽습니다.


사업을 필생이라고 외치던 그 젊은 날의 저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다만 사업은 일상이라고 외치며 부드럽고

또 가볍게 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혹자는 제게 그런 식으로 일을 하면 그 일이 되겠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기우 하나 어찌 할 수 없고, 비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의 힘을 믿을봐에야,

지나가는 작고작은 벌레가 신호등을 무시하는

그 이유를 더 바라보고 싶다고 말이죠.




# 지금 여기를 보라


스크린샷 2025-03-20 오전 11.29.53.png


삶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인생은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포기는 자기 의지 안에서만 발동합니다.

다만 그 보다 더 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의지 밖의 세상이 있습니다.

그 세상은 당신을 따스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고, 품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하지 않는 한 신은 항상 우리 곁에 있습니다.


한 학생이 칠판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god is no where


신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 결국 인간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죠.

니체의 말처럼 우리는 신을 죽였고, 신은 존재하지 않는 실존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나와 지우개로 하나의 지우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god is now here


신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이죠.


우리에게는 선택이 있을겁니다.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내 일과 내 의지로 해결해야 할 과제와 미션인가요?

아니면 천체가 움직이는 역동안에서 그저 누리는 축제인가요?


삶은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삶을 받아들이는 것에 더 시간을 써야합니다.

내 삶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세요.


의지의 발동만이 아닌 허용의 포용 속에서

감사와 사랑이 싹트지 않을까요?



오늘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이 뜻 대로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