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갈등 극복하기
제일 어려운게 사람 간의 관계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서로의 의견차를 극복해나가며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게 평생의 숙제로 느껴진다. 이제 나이가 얼마간 들면서 맞지 않은 사람과는 부딪히는 상황 자체를 만들려하지 않게된다. 그리고 갈등이 있을때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단 회피하고 덮어두는 것을 택하게된다.
오늘날에 우리는 더더욱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고 타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하며 그만큼 쉽게 단절하고 분열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분열과 양극화가 극에 치닫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재독을 추천한다. 솔직히 일독 할 때는 어려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곱씹어보았을때 진가를 발휘하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사람 관계의 어려움들 즉, 갈등과 분열을 복잡계로써 풀이하고 해결방향을 재시한다는 점에 있어서 특별했고, 다만 이것이 분열상황과 관계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방면으로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작고 큰 갈등(분열)을 겪는다. 그리고 어떤 갈등은 절대 관계를 개선하지 못할 만큼 골이 깊어져 다시는 보지 못할 관계로까지 내몰리곤한다. 의견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왜 어떤 상황에서는 깊은 갈등으로까지 그리고 종국에 파국으로까지 치닫는 일이 생기는 걸까? 이런 골이 깊은 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걸까?
갈등이 생기는 이유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기위해서는 이를 조장하는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래 세 가지의 인간이 내제한 특성들로 인해 사람들은 더욱 분열하곤한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알아가는 것이 '나'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갈등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무엇보다 나는 '그때 이래서 그랬구나''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1) 사람의 인식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즉, 복잡한 것을 매우 싫어하고(인지적 복잡성), 이분법적인 흑백사고를 잘하며(인지적 경직성), 모호성을 싫어하고 명확하고 편리한 해결책을 바란다(인지적 종결욕구).
또한 정보를 감정적인 방식으로 처리하고, (뇌의 자원을 줄이기 위해) 지나치게 단순하게 정보를 범주화하여 인식하며, 위협에 매우 민감하다. 또한 새로운 정보를 중립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기존 세계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으로 기존 입장과 딱 맟는 정보를 더 많이 수용하게되고 결과적으로 원래의 관점이 강화 된다. 이로 인해 우리의 생각은 더욱 협소해 진다.
2) 사람들은 삶(생각, 느낌, 행동하는 방식, 인간관계)에서 일관성을 추구한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더 어울리고 다른 사람과 멀어지려는 '동종 선호' 경향이 있다. 특히 긴장되고, 예측할 수 없고, 위험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일관성과 확실성을 더욱더 추구한다.
3) 존중받는 집단에 소속되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더 복잡한 세계에 관한 정확한 정보보다는 오히려 소속집단에서의 소속감과 위안이 더 중시한다. 또한 소속집단을 선호하는 경향은 핵심적인 도덕적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른 타집단과 '우리 대 그들'로 분열하기 쉽게 만든다. 우리는 소속 집단 내에서 집단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더 크고, 이 과정에서 더 극단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다.
위의 세가지 특정들은 모두 우리가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열린마음을 갖기보단 특정한 생각에 빠지기 쉬우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집단에게 쉽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기 쉬움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갈등하기 쉽다. 게다가 부정적인 것의 힘은 긍정적인 것보다 강하고, 갈등 상황들은 흔히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작은 갈등상황이 더 큰 갈등으로 번져나가기 쉽다.
갈등문제는 '시계문제'보다는 '구름문제'에 가깝다. 즉, (시계문제가 그렇듯)기계적이고, 파악 가능하고, 통제 가능하며, 예측가능하여, 정확하게 측정하고 연구해, 문제의 근원을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닌, (구름문제가 그렇듯)고도로 불규칙하고, 무질서하며, 예측 불가능한 속성을 지녀서 기존에 입증된 일반적인 해결책이나 문제해결 노력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갈등 어트랙터
어트랙터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시스템에 형성되고 굳어져 변화에 저항하는 패턴이다. 가령, 어트랙터에 대표적인 것이 습관이다. 한번 어트랙터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연결되어 형성되면 특정 패턴을 형성하고 서로를 강화한다. 강하고 오래된 패턴은 '저에너지 상태'로 전환되어 변화가 어렵게된다. 나에게 익숙하고 굳어져 있는 밥먹을때 넷***을 시청하는 습관을 그만두는 것이 어려운 것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드는 그 좋다는 운동하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어려운 것도 모두 이미 형성되어 강화된 어트랙터의 영향이다.
만약 사소한 갈등에 구름과 같은 역학관계, 즉 더 많은 구성요소가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배치됬을 때 '더 깊은 갈등 어트랙터'가 발생하게된다. 다양한 요인이 일관된 방식으로 서로 강화되면서 패턴이 만들어지고, 그런 요인들이 바뀌는 방식에 관한 법칙도 계속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과 양극화를 해결하려고 할 때는 한두가지가 아닌 이면에 놓인 모든 역동적인것들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위 그림과 같이 강하고 오래된 (깊이 패인)어트랙터 지형을 지닌다면 한번 구덩이에 빠진 공이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이와같이 강화된 서로간의 부정적 어트랙터를 지닌 집단 간 만남은 아래 세가지 이유로 더욱 더 갈등을 유발하기 쉬워진다.
첫째, 이러한 지형에서는 우발적인 어떤 상황조차도 파괴적 관계로 이끄는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이때문에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지형에서는 이미 뇌구조에 각인된 단순하고 위협적인 '우리 대 그들'의 패턴이 사고, 감정, 태도 패턴에 각인되어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적대감과 분열이라는 단순한 패턴이 계속해서 나타나게 된다.
셋째, 부정적인 경험은 긍정적인 것보다 우리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정보는 긍정적인 것보다 확실하게 처리되고,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부정적인 인상과 고정관념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아도 잘 바뀌지 않는다.
슬기로운 복잡계 생활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뿌리깊은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최근 몇년전 인생최대의 갈등을 겪으며 인생 최고의 고통을 맛봤다. 사실 그 사건을 기점으로 마냥 긍정적이고 열정적이고 행복했던 내 성격이 조금 회의적이고 고민을 깊게 하는 성격으로 바뀌기도 했다. 작은 종교적 의견차로 시작된 문제가 나중에는 겉잡을수 없이 크게 번져나갔다. 그때는 도저히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갈등은 깊어져만 갔고 결국 나는 사람도 내마음도 잃었다.
도무지 풀리지 않은 갈등상황에서 내가 느낀것은 첫째, 언제나 유연하고 열려있다고 생각했던 내 안에 한구석에 심한 편향과 고집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내 입장이 아닌 다른사람 입장을 고려할 눈꼽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둘째, 나는 흥분하면 아주아주 감정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평소에 나는 차분하고 이성적이라 생각해왔지만 다른상황에서 나의 모습은 완전히 평소와 달랐다. 셋째, 갈등의 덩어리가 커지고 나면 원인이 뭔지도 모르지만 점점 더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과와 화해는 바로바로 하라는 말이 있나보다.
그 당시에, 조금만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나는 나와 그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 갈등을 해결하고자 노력할 수 있었을까? 만약을 가정해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해보았을 것이다.
1)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바뀔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만으로 증오와 불안의 정도가 낮아지고, 교류하거나 타협할 의지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개시하는 마음가짐이다. 무기력했던 그당시 내 마음에 희망의 마음이 있었다면 조금은 개선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2) 정확히 무엇을 얻고 싶은지 의도를 분명히 한다.
그당시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했더라면, 답답해하며 내 입장만을 설명하느라 힘빠지는 논쟁으로 서로를 고갈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3) 감정이 갈등상황에서 우리의 인식, 의사결정, 행동의 바탕이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과 판단은 감정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자각했더라면 조금더 서로의 감정을 돌본 후에 조금더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해로운 감정을 건설적으로 처리하는 데는 묵상, 조깅, 춤, 기도, 노래, 복싱, 요가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니, 갈등상황에 너무 몰입하기 보다는 이런 방법도 써보며 전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하는 것이 조금더 가벼운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됬을 것이다.
4)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득을 얻거나 긍정적인 효과를 암시하는 프레임보다 손해의 감소나 완화를 암시하는 프레임에 더 크게 반응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더 흥분하고 파국으로 치닫았았던건 아닌지 생각한다. 이상하게 너무 소중한 관계에서 어느순간 서로를 너무나 괴롭히고 헤어져야 그 고통을 끊어낼 수 있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 당시에 이 모든것들을 이해하고 좀더 성숙하게 문제의 배경과 갈등 어트랙터에 작용하는 더 넓은 범위의 힘을 다루고자 했더라면, 그러한 노력을 조금씩 쌓아나가기위한 시간들을 들였더라면 조금은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새로운 어트랙터를 만들고, 더 긍정적이고, 기능적이며, 잠재적인 어트랙터들을 강화하고 육성하며, 유해한 어트랙터를 없애거나 줄이는 여정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계속 했더라면 조금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다. 끝도 보이지 않던 갈등상황의 희망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입장과 모순되는 정보를 접하면 그 정보는 우리의 사고 속으로 스며들고 시간 경과에 따라 축적되다가 임계치를 넘게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극적으로 관점을 정반대로 바꾼다. 따라서 모든 것이 바뀔 때까지는 변화의 조짐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194p, 거품이론에 대한 설명
'강력한 태도, 관계, 집단, 지역 사회의 중요하고 급격한 변화는 흔히 오래된 바다에 새로운 거품이 나타날 때 발생한다.'는 거품이론은 사회심리적 변화 과정을 물리적 체계의 급격한 변화 이면에 작용하는 역학으로 설명한다. 물이 끓는점에 도달하기 까지 아무런 상태변화도 없지만 도달하는 순간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듯이, 유해한 어트랙터나 긍정적인 어트랙터 모두 특정 임계점을 넘기까지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사고방식의 변화가 거대한 망망대해에 새로운 아이디어, 태도, 관계에서 거품이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점 또한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어트랙터와 잠재적 어트랙터를 모두 지니고 있다. 개선의 여지는 언제든 있다. 다시한번 갈등의 골짜기에 빠지게 된다면, 조금은 더 현명하게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보고 싶다. 이제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길 간절하게 바래본다.
양극화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특정 조건에서 이념적 차이가 양극화될수록 집단 내의 의사결정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가 극단적이고, 만성적이고, 점차 편협해지면 점차 유해하고 병리적으로 바뀐다.
51p
사실, 어트랙터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어트랙터의 계곡에 더 오래 머물수록 경험에 의한 패턴이 강화되므로, 그 어트랙터는 더 깊어지고, 강화된다. 우리의 뇌구조가 익숙한 패턴의 어트랙터를 강화하는데 익숙하고, 그렇기에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 편향되고 고집과 주관이 생기는게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이것이 당연한 인간적인 특성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유해하고 병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된다.
지금이라도 이책을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앞으로 인생의 관계맺기에 대한 내공을 단련하기위해 다시금 꺼내어볼 책이다.
또다시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갈등상황이 반드시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다시 꺼내어 볼 희망의 말을 지금 다시 되뇌어본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잠재적 어트랙터가 존재한다.
그리고 긍정의 어트랙터를 강화하는 힘도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