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유리가 투명한 점으로 뒤덮였다.
저녁에도 물방울이 두드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떨어지고 흐르고 붙는 모습을 관찰하다가 젖은 빨래를 만져본다.
보고 듣고 만지는 일을 하며 또 하루를 살아냈다.
비가 오면 풍경은 어둡지만 보이는 모든 것이 빛으로 흩어지지 않아서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며칠간 흐렸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고여있는 물 웅덩이에 내 모습을 비춰본다.
바닥은 젖은 거울처럼 나도 담고 하늘도 담았다.
물에 젖어 흐려지는 건 나이기도 당신이기도 하다.
젖은 얼굴로 또 젖어보는 비,
오늘은 빗속을 탈출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