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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못하는 디자이너 생존기

넘치는 멋쟁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주니어 디자이너가 살아남는 법

안녕하세요 OOO 님.
OOO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지만 OOO 님께 합격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하, 위로의 말 들 )

이 번이 몇 번째 탈락 메일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매번 이러한 메일 한 통을 받으면 그 주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 뿐이었다. 탈락 메일은 정말 몇 번 받아도 적응되지 않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도 이 메일을 읽고 늘어져있었다. 늘어져서 하는 거라면... 멋쟁이 디자이너들의 일상들과 자기 계발이 가득 담긴 SNS를 보는 것뿐... 불현듯 나의 배경화면이 보인다. 핸드폰만  봤어도 애저녁에 성공했다. 과연 나는 얼마 동안 늘어져 핸드폰만 보고 있는가...? 달력을 보며 헤아려본 결과 이번 한 달 동안 늘어져있는 기간이 14일... 한 달의 절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 덜 늘어져있었어도 애저녁에 취직했겠다.


당장 노트북을 켜고 2020년 내가 세운 당장의 목표를 살펴보았다.

충격적이다. 1월이 지나가는 마당에 신 년 목표가 없다... 그래서 평소 적던 to do list를 살펴본다.


1월 1일 포트폴리오 정리하기

1월 2일 포트폴리오 정리하기

1월 3일 포트폴리오 정리하기

1월 4일 포트폴리오 정리하기

1월 5일 포트폴리오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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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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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세부목표도 있었지만 대략 적어보자면 이러하였다...

달성하지 못한 리스트만 나열되어 있다. 2019년 11월 12월의 리스트도 똑같다...


아니, 이런 거 말고 취직을 한다고, 인생의 끝이 아니잖아!
지난 몇 개월간 포트폴리오만 목표에 두고 살아왔다니...
이렇게만 산다면, 취직을 한 후에는...? 목표가 없어서 더 허탈할 거야...


이 슬픈 마음을 뒤로하고 멘토에게 당장 전화를 걸었다.

저 뭐부터 해야 할까요? 정말 디자인 잘하고 싶어요.


긴 통화 끝에 정해진 디자인 공부이자 숙제.

핸드폰 화면의 어플을 보고 스케치 툴을 이용해서 그대로 옮겨보기.

왜 따라 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따라 하기 즉 모방은 큰 효과가 있다. 다음은 모방의 힘의 37페이지에 실려있는 문구이다.


복제형 모방은 기업의 성장 초기에 학습과 기술력 축적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예술이나 체육과 같은 분야에서도 초반에 실력을 쌓아야 할 때에는 모방이 최고의 방법이다. 훌륭한 화가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스포츠계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알려진 운동 동작을 부단히 연습하는 것은 훗날 프로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 된다.


이렇게 논리적인(?) 의미를 담아 나를 성장시켜보기로 하였다.


디자인 공부들을 이야기로 담고 그 과정에서 생긴 많은 실수들과 배움들, 지식들을 나누고자 한다.

또, 취준생으로의 일상과 본인이 진행하며 참석하는 스터디들의 과정들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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