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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을 Jan 11. 2024

기회의 허상

기회를 놓쳤다는 말

내가 허상과 싸웠던 이유..

상황이 변하고 자꾸 뒤를 돌아보니 그때는 없던 기회가 지금 그 자리에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한 기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없던 기회를 놓쳤다. 몰랐던 기회를 놓쳤다 " 는 말은 모순된다. 창과 방패 모순 다음 내 멋대로 정한 아이러니함의 최고봉이라 칭하기로 했다.

손가락 스피드를 최대한 출력하여 예매한 설 연휴 귀향 기차를 딱 2개의 계단만을 남겨두고 코 앞에서 놓쳤다.

그저께 24개월 할부 약정으로 구매한 손에 들고 있던 최신 핸드폰을 놓쳐서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뜨려 액정에 금이 갔다. - 이렇게 선명하고 분명한, 장면과 움직임에 '놓쳤다'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게 쓰인듯하다.

나는 사각형의 링에 올라 수만 번의 라운드를 치르고 나서야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아 단 한 번도 건드릴 수 조차 없던 기회의 허상이란 놈에게 늘 KO패 당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라도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뒤끝 없는 퇴장을 위해 링 위에 나의 앞날에 동행할 수 없는 세 가지를 버리고 내려가고 싶다.

과거 앞에 들러붙은 만약이라는 글자 뒤 후회를 버리고, 나의 무지와 몽매함을 탓하던 욕망을 버리고, 그저 내 옆에 있기만 한 잘못 밖에 없는 당신에 대한 원망을 버릴 것이다.

나 살겠다고 내 탓의 울타리를 껑충 뛰어넘어 너, 남, 상황, 배경, 환경, 운명, 신... 탓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탓하며 자제력을 잃고 쏟아내던 억울함을 빙자한 원망의 말들이 제일 비겁했다.

구멍이 뚫린 자리를 메워야 할 것은 오감, 직감을 비롯한 예민한 감(感,) 통찰력과 지혜... 또 어떤 것들을 채워 넣어야 있는 기회를 알아채는 걸 넘어서 아예 새롭게 만들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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