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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범김회장 Oct 10. 2020

일상에서 아차 하는 순간-감정 경계선

김회장의 미니미들

"엄마, 오늘은 기분이 어때?"

큰 아이가 유치원 하원 후 천진하게 웃음 지으며 나에게 가끔 물어봐 주는 질문이다. 

내 기분상태가 어떤지 나도 모를 때가 많은데 아이의 물음에 언제나 듣고 싶어 하는 진실을 말해준다.

"음.. 좋지!! 우리 00이 유치원 있는 동안 보고 싶었는데~만나니까 아주 좋은데?"

학부시절 인지 심리학 수업시간에 어렴풋 기억나는 한 가지는 경계선 인격장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에 대한 설명과 치료방법 그리고 통계 내용이 있었다. 잊고 살던 심리학이 이렇게 나의 결혼생활과 육아에 관여될 줄 몰랐다. 감정과 기분은 내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넘치거나 차가워질 뿐, 괜찮은 척 중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평정심이란 내공, 즉 평소의 습관이 아닐까.

살림과 육아에 지쳐서 아이들에게 마구 소리 질러대는 (아이들은 나를 청소기 괴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에게 가끔씩 "엄마 기분이 안 좋아?"라고 물어주면 나는 정신이 번쩍 든다.

'아,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라 몸이 힘들어서 기분으로 표출하는 것이구나. 아이들에게 짜증 낼 필요는 없었는데...'

남편과 다투거나 의견 차이로 감정이 상했을 때 괜히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전가되어 평소에도 어지르는 장난감을 보며 기분에 따라 화를 낸다. 그럼, "엄마, 또 기분이 안 좋아?" 라며 묻는 아이의 질문에 멋쩍어진다. 

내 기분을 많이 살피는 독보적인1인은 남편인데, 

내 기분이 좋을 때 (좋아하는 드라마 하는 날이나, 공과금이 적게 나왔다던가 etc.  기분이 좋다)

"당신 기분 좋아?"라고 묻고는 심기가 불편한 얘길 할 땐 좋은 기분이 싹 가시고 남편의 행동이 화를 돋운다. 

(곡식이나 콩류를 퍼 올릴 때 수북이 쌓아 올리다 반듯하게 깎아내어 한 되, 두되 하듯이) 포근한 감정 확 깎아내고 오랜세월 지층 쌓이듯이 뚜렷한 이성을 찾는다.  

사진첩을 보던 중 구글 AI덕에 과거 사진들이 합쳐져 영상으로 작업되어있는 폴더가 있어서 보는데, 그 폴더명은 구글이 지어줬다. 바로 '내 삶의 기쁨'이라고. 

내가 찍어둔 사진들만으로 구글이 더 잘 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허헛 이렇게 살다가 구글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닌지;;)

지금의 나는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이 아닌, 결혼과 육아생활에만 집중하다 보니, 일터에서의 치열함은 잊고 단순한 감정들로만 생활할 때가 많아서 좋은 기분이 넘치거나 나쁜 감정이 남거나 할 때가 종종 있다. 다행히 다이너마이트를 품고 사는 내게 기쁨의 존재들이 심리적인 안전 경계선을 만들어준다. 
오늘도 힘을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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