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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Jun 06. 2020

노르웨이 여행

(1) 내가 가장 가고싶은 곳

  나의 고향은 버스가 하루 5대만 다니는 깡 시골이다. 서울로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 이 곳에서 지냈다. 아침이면 새 소리, 닭 우는 소리가 들리고, 밤에는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볼 수 있다. 과자 하나 살 수 있는 가게도 없지만, 사계절 마다 다른 옷을 입는 시골 풍경과 머리 끝까지 맑아지는 공기는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심지어 바다도 차로 20분이면 간다. 산과 들, 바다는 지겹지 않은 놀이터였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선생님이었다. 


  대학교 입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첫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끄러운 차 소리, 쾌쾌한 공기, 나무보다 많고, 높은 건물, 바빠 보이는 많은 사람들. 온 몸이 긴장되었고, 언니의 자취방에서 대자로 뻗어, 엉엉 울었다. 그냥,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서웠다. 서울에 적응하기까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고향 버스를 탈 때는, 목적지와 신분을 먼저 말하고, 기사 아저씨가 찍어준 가격을 지불한다. 나는 당당한 서울여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크게 외쳤다. “대학생이고 삼선교에 가요. 얼마에요?” 기사님은 나를 이상하게 처다보고, 옆에 서있으라고 했다. 


  나는 시골에서 자란 순수함 때문인지, 덜렁거리는 성격 때문인지, 독특한 감수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겪지 않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은 나의 삶이 재미있는 시트콤 같기도 하고, 슬픔과 극복이 있는 드라마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시트콤, 드라마 같은 나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나를 나타날 때, 제일 좋아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면 자연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만큼, 자연을 누리는 여행을 좋아한다. 마른 외모와 다르게, 도전정신과 모험심,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문화, 음식, 사람들을 만나는 것 또한 좋아한다. 거기에 배움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즐거웠고, 치열했고, 가난했던 20대의 끝에 5년 동안 교제한 남자친구랑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세계여행을 꿈꿨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하게 되었다. 많이 아쉬워하는 나에게 남편은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를 한 곳 정해 여행 가자고 했다. 한 곳을 정하기 어려웠지만, 고민 끝에 대자연을 볼 수 있는 노르웨이를 선택했다. 그런데, 남편 회사는 여름휴가 날짜가 8월 첫째 주, 5일로 고정되어 있다. 그렇다. 가장 비싸다는 극성수기다. 앞, 뒤 주말을 끼면 11일이고, 우리의 재정은 한정되어 있다. 해외여행 중 가장 물가가 비싸고, 거리도 멀다고 하는 북유럽 노르웨이. 가능할까? 


  그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어보자. 제일 먼저는 항공권 예매다. 나는 폐쇄 공포증이 심한 편이다. 반면 고소 공포증이 없고, 높은 곳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매우 심한 난기류를 경험하고, 폐쇄 공포증까지 겹쳐 비행기를 엄청 무서워하게 되었다. 10시간 넘는 비행기를 타도, 잠을 못 자고 식음 땀을 흘리고, 밥 한 숟가락 먹지 못한다. 하지만, 여행을 위해 나는 이것을 감수한다. 여행을 향한 열정이 공포증을 이겼다며, 남편은 혀를 찬다. 


  극성수기 항공권은 빠르게 예매해는 것이 중요한데, 갑자기 남편 회사 여름휴가 스케줄에 하루, 이틀 변동이 생길 것 같다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 휴가 날짜가 확정되었는데, 벌써 7월이 되었다. 열심히 항공권을 검색했는데, 이미 항공권은 150만원을 너머 200만원까지 가고 있었다. 우린 항공권 예산을 1인 100만원 이하로 생각했는데, 절망스러웠다. 매일 항공권을 검색했는데, 최저요금인 150만원 터키항공도 없어지고, 180만원 항공권이 최저요금이 되었다. 더 이상 망설이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항상 변동없이 100만원 가격으로 그 자리에 있는 유일한 항공권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악명높은 ‘중국남방항공’. 


  나는 중국 비행기는 절대 타고 싶지 않았다. 중국이 고향인 친구나 중국 비행기를 타 본적 있는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절대 타지 말라고 말했다. 음식도 입맛에 안 맞고, 서비스가 불친절하고, 특히 연착이 매우 심하고, 수화물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돈이 이겼다. 이것 말고는 재정적으로 가능한 항공권이 없었다. 심지어 이 항공권은 인천 – 광저우 – 암스테르담 – 오슬로, 즉, 3번이나 경유하는 비행기였다. 비행시간만 30 시간.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똑같다. 우린 돈도 없지만, 시간도 없었다. 비행기 공포증이 심한 나는 더 두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었고, 결제 버튼을 클릭했다. ‘아, 진짜 가는구나!’


   항공권을 구입하고 이틀정도 후, 그냥 궁금해서 같은 사이트에서 노르웨이 항공권을 검색해 보다. 이럴 수가, 경유를 1번만 하고 비행시간도 15시간 밖에 안되는, 러시아 항공이 110만원으로 올라왔다. 분명, 우리가 중국 비행기 예약했을 때, 같은 러시아 항공 가격은 160만원 이상이었다. 난 급하게 항공권 대행사에 전화했지만, '환불 불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펑펑 났다. 뭔가, 이 세상이 나를 갖고 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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