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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orge Chung Jan 31. 2021

6장. Acabado. 미지의 땅. 남미(우유니)

하늘을 담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

오전은 라파즈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우유니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타로 한다.
라파즈의 마지막이니 오늘도 시장투어!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과일주스를 듬뿍 먹는다.

이게 천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점심을 먹고 짐을 챙겨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잡는다. 라파즈에서는 택시를 잘 골라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멀쩡했지만 어떤 택시의 경우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차를 타고 있는데 바닥이 보였다고 한다.
이맘때 유행했던 노래가 Despacito였다. 시를 타거나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어찌나 들었던지. 결국 동영상 주제곡도 Despacito로 정했다.

노을이 지는 라파즈 공항. 그리 큰 공항도 아니고 국내선이다 보니 딱히 면세점이랄 게 없어서 그냥 앉아서 기다린다.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즐기다 보니 벌써 탑승시간이다. 이미 몇몇이 떠난 덕분인가 공항이 조용해진 기분이다.
 
비행기를 타고 우유니에 착륙할 때 즈음 밖은 매우 캄캄하다.
우유니의 밤은 매우 혹독하다. 무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다. 최대한 껴입고 공항에서 나선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진작에 따뜻한 옷을 꺼내 둘걸 어찌나 후회했던지. 남아메리카 대륙을 위아래로 가로지르다 보니 사계절을 전부 느끼게 된다. 덕분에 짐이 최대 고려사항이다. 경량 패딩과 핫팩, 판초가 참 유용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간다. 내일 당장 선셋 투어를 시작해야 하니 바로 여행사로 향한다. 선셋 투어와 선라이즈 투어를 예약하고 식사를 한 뒤 체크인을 하러 간다.
오늘 식사는 근처 호텔에서 하기로 한다. 늦은 시간이라 열려있는 식당이 없는 탓이다. 비주얼은 매우 좋았지만 맛은... 너무 짜다.

우유니에서 호텔을 결정할 때는 무조건 가격대가 높은 것(그래 봐야 방 하나에 3만 원대다)을 골라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만원 이하의 방을 선택할 경우 방 안에 온열 기구도 없고 물도 찬물이 나온다.(다시 말하지만 영하 10도다) 그러니 돈을 아끼고 싶더라도 꼭! 좋은 방에서 자자. 우리는 3만 원대 방에 들어갔는데 히터와 라디에이터가 있었고 온수가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 덕분에 김이 가득한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숙소가 외풍이 꽤 심한 편이라 히터와 라디에이터가 있어도 챙겨간 침낭과 핫팩을 사용했다. 게다가 이 숙소의 경우 조식도 기본 제공이라 매우 만족하고 나왔다.
 
도시는 하루 종일 시끌시끌하다. 밤인데도 다들 나와서 놀고 있다. 축제가 있는가 보다. 우리는 내일 투어가 있으니 일단 숙소로 들어가 쉬기로 한다.

아침이 밝았다. 조식을 먹고 선셋 투어를 위해 길을 나선다. 숙소 근처 빨래방에 빨래를 맡기고 바로 투어를 참여하러 간다. 투어가 끝날 즈음 가지러 온다 하니 그러란다. 

차를 타고 사막 초입으로 이동해 조그마한 집으로 간다. 각자 사막의 물웅덩이에서 쓸 장화를 고른 뒤 기차 무덤으로 향한다.

기차 무덤에는 수많은 기차가 잠들어있다. 하나 둘 기차를 버리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한때는 골칫거리였겠지만 지금은 우유니에서 핫한 관광지중 하나이다.

유명한 장소인만큼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 장소를 기념하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서 우유니 사막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저 멀리 과나코가 보인다. 야생 알파카라고 보면 된다. 한 과나코 가족이 길을 건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우유니 사막 초입.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게 어제까지만 해도 눈이 많이 와서 출입을 금지했었다고 한다. 우유니 사막(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막)은 풍경의 차이가 거의 없고 방향을 잡기가 매우 힘들어 아무나 들어갈 경우 길을 잃기 쉽다. 특히 눈이 오는 날은 전문가도 길을 잃는다고 한다. 우리가 가기 얼마 전 한 신혼부부가 둘만의 여행을 위해 우유니에 들어갔다 조난당해 겨우 돌아온 경우가 있었다. 그러니 꼭 투어를 통해 전문가와 함께 가길 바란다.
한 우유니의 우기(우리나라의 겨울)에는 추천을 하지 않는 게 비가 자주 와서 아예 우유니 구경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비 때문에 주변 풍경이 자주 바뀌어 우유니에 익숙한 가이드들조차 길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유니 사막은 건기가 좋다고 한다. 우리가 간 기간이 건기였는데 물이 고여있는 지역이 항상 있어 물에 비치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흔히 찍는 사진들.

우유니 초입 소금 호텔.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채플린의 명언이 생각난다. 우리를 보던 다른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

오래된 지프를 타고 사막을 구경한다. 처음 놀랐던 것은 30분 넘게 달리는데도 풍경이 그대로란 점이었다. 저 멀리 산이 있는데 그 크기도 그대로이다. 가이드는 운전하면서 핸들에 손을 떼고 그냥 옆만 보고 이야기하는데도 풍경 변화가 없다. 무서운 곳이다. 처음 오는 사람은 길을 잃기 쉬워 보인다.

소금 호텔에서 먹은 점심식사. 가이드가 출발하기 전 준비해왔다. 음식 맛이 매우 훌륭하다. 샐러드, 약간의 고기구이 등. 간단하지만 완벽한 한 끼이다. 참고로 저기에 있는 식탁, 의자, 벽, 기둥 할 것 없이 전부 소금이다. 역시 우유니답다.

식당 앞에는 다녀간 사람들이 자신의 국기를 꽂아두었다.
반가운 태극기도 보인다. 앞에서 당당히 사진 몇 장을 남긴다.

누가 보면 히말라야에라도 올라간 줄 알겠다.

세샷도 한번 찍는다.

작열하는 태양과 흰 소금에 반사된 햇빛이 눈을 괴롭게 한다. 선글라스와 긴 옷은 필수이다. 신기하게도 깔맞춤 한 것처럼 옷색이 파란색, 빨간색 반반이다. 서로도 신기한가 보다. 마냥 웃는다.

가이드는 이런저런 소품을 많이 가져간다. 그러니 가이드와 놀도록 하자. 재밌는 사진 많이 건질 수 있다.

이제 물이 고여있는 곳으로 가는 길. 일종의 휴게소 같은 곳이 나온다. 선인장으로 가득한 어부의 섬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화장실도 다녀왔다. 섬을 둘러볼 사람은 시간도 주긴 하지만 우린 그냥 쉬기로 한다. 가이드가 하도 진을 많이 찍어서 살짝 지친 상태인 우리였다.

드디어 이곳에 도착했다. 넓고 얕은 소금물 웅덩이다. 바다가 하늘에 닿아있다. 엄청 넓은 거울을 밟고 있는 기분이다. 물속의 내가 나인지 걷고 있는 내가 나인지 모르겠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참방 거리는 물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가이드는 이번에도 많은 사진을 찍어준다. 결국 해가 지는 타임랩스를 못 찍었다. 어찌나 재촉을 하는지...

대신 실루엣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역시 역광에는 실루엣 사진이지.

분홍빛 하늘은 정말 감동이었다. 불타는듯한 노을이 익숙한 나로서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 들았다. 파스텔톤의 하늘. 매우 아름답다. 나 스스로도 부드러워지는 기분이다. 괜히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곳이 아닌듯하다.

그냥 찍어도 작품이 되는 곳.
다시 한번 가고 싶은 곳이다.
 
호텔로 다시 돌아가는 길. 내일은 선라이즈 투어를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니 저녁만 먹고 일찍 쉬기로 한다. 

저녁을 먹기 위해 축제장으로 향한다. 광장은 이미 시끌시끌하다. 우리는 고기를 굽는 냄새를 따라간다. 고소한 향기답게 맛도 훌륭하다. 투박히 자른 고기에 소금만 뿌려 나오지만 재료가 좋은 덕인지 풍미가 화려하다.
저녁 식사 후 축제장으로 향한다. 야시장 주변으로 길거리 음식이 가득하다. 불을 뿜는 마술사만큼이나 사람들의 열기가 후끈후끈하다. 그리 추운 우유니지만 지금만큼은 여름이다. 축제의 열기가 식기 전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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