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안녕하세요. 6년 차 집사입니다. 우리 집사들이 갖고 있는 고질병 하나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평소 아무리 단호한 사람이어도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 이 병에 걸려서 선택 장애를 호되게 앓을 수밖에 없는데요. 힌트로 아래 사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병의 이름은...
감이 오시나요? 바로 '비슷한 사진 못 지우는 병'입니다. 고양이가 너무 귀여울 때 휴대폰을 얼른 들고 카메라 어플을 켭니다. 연속으로 셔터를 눌러댑니다. 고양이는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여러 장 찍으면 움직임이 다 달라요. 동공이 확장된 정도, 고개의 각도, 수염의 위치 변화... 위 사진도 남이 보기엔 다 똑같은 사진 6장이겠지만 제 눈에는 다 달라 보인답니다(팔불출).
비슷한 사진이 너무 늘어나는 것 같아서 정리하려고 살펴보면 정말 한참을 고민하게 됩니다. 일단 첫 번째 사진을 봅니다. 귀엽습니다. 두 번째 사진으로 넘어갑니다. 또 새롭게 귀엽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자 다시 돌아와서 첫 번째 사진을 봅니다. 여전히 귀엽습니다. 두 번째 사진으로 넘어갑니다. 이것 또한 귀엽습니다. 포기하고 세 번째 사진으로 넘어갑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울 수가... 그렇다고 첫 번째 사진과 두 번째 사진을 지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이렇게 무한 반복을 하다 결국 한 장도 삭제하지 못하고 마는 상황.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분이라면 익숙하시죠?
내 팔이 곧 짐벌이오
같은 자세라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또 달라 보이는 법이죠. 그래서 우리의 팔은 곧 짐벌이 되기도 합니다. 이 각도 저 각도 모든 각도에서 고양이의 귀여움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찍은 사진들은 결국 같은 자세를 담고 있지만 역시 지울 수 없어요. 어느 각도에서 봐도 귀여우니까요.
이 병의 문제점
별 문제 아닌 것 같지만, 이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돈이 듭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하기 때문에 용량이 작은 휴대폰은 못 사요. 그리고 혹시나 사진을 잃어버릴까봐 클라우드에도 꼭꼭 저장합니다.
또 휴대폰이 고양이 사진으로 도배되기 때문에, 이외에 다른 사진을 찾는 게 좀 힘듭니다. 회사일에 필요한 이미지 하나 찾으려고 스크롤을 한참 올리는 일이 발생하는 거죠.
그리고 너무 비슷하게 나온 사진을 지우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고통받게 됩니다. 후보 두 가지 중 어떤 것을 지워야 하는지에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죠. 이 사진을 남기자니 저 사진이 아깝고, 저 사진을 지우자니 차마 못 지우겠고... 총체적 난국이죠?
6년간 앓아왔지만 이 병에는 약도 치료도 없더라고요. 그저 용량 큰 휴대폰과 함께하는 수밖에... 언젠가는 베스트컷 한 장만 남기는 쿨한 집사가 될 수 있겠죠?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