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동의 무게가 달라진 시간
어제 환율이 크게 올랐다. 뉴스에서는 늘 원달러 환율을 이야기한다. 1,440원을 돌파했다는 식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생활하는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달러가 아니라 베트남동과 원화의 관계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커피 한 잔, 쌀국수 한 그릇, 직원 월급, 임대료까지 모든 것이 베트남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변화를 20년 가까이 지켜봤다.
1. 2004년, 100,000동의 무게
내가 처음 주재를 시작했던 2004~2006년. 그때 100,000동은 대략 7,000~8,000원 정도로 느껴졌다. 정확한 환율표보다 내가 환전소에서 손에 쥐었던 금액의 감각이 더 선명하다. 100,000동이면, 쌀국수 몇 그릇은 충분했고, 직원 하루 인건비의 의미 있는 일부였고, 하루 생활비로도 꽤 든든했다. 숫자는 100,000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원화의 무게가 지금보다 묵직했다.
2. 지금의 100,000동은 다르게 느껴진다
지금 100,000동은 대략 5,500원 안팎이다. 숫자는 그대로인데 바꾸면 손에 들어오는 원화의 양이 줄었다. 과거에는 100,000동을 들고 있으면 ‘8,000원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5,000원대 정도’라는 감각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2,000~3,000원의 차이가 아니다. 생활 전체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신호다.
3.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논리적으로 계산해 보면, 같은 원화로 지금은 과거보다 더 많은 베트남동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베트남은 더 싸게 느껴져야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요즘 베트남 생활이 더 비싸졌다고 느낄까? 이유는 두 가지가 동시에 움직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물가 상승이다. 커피 가격, 외식비, 임대료, 인건비. 이 모든 것이 10~2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3배, 어떤 것은 그 이상 올랐다.
두 번째는 최근 몇 년간 원화 약세다. 과거에는 베트남 물가가 오르더라도 환율이 어느 정도 완충 역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최근 1~2년은 다르다. 물가도 오르고 원화도 약해졌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생활비 체감이 확연히 무거워진 것이다.
4. 내가 체감하는 변화
예전에는 '베트남은 정말 싸다'는 감정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보다는 싸지만, 예전처럼 싸지는 않다'로 바뀌었다. 특히 카페에서 30,000~50,000동을 지불할 때, 직원 월급을 계산할 때, 임대료를 갱신할 때, 예전과는 다른 무게가 느껴진다.
이건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5. 베트남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
베트남은 더 이상 ‘저임금 국가’의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임금은 오르고, 도시는 팽창하고, 서비스는 고급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동은 장기적으로 조금씩 절하되어 왔고, 최근에는 원화가 약해지면서 그 격차의 체감이 더 선명해졌다.
6. 환율은 결국 삶의 체감이다
환율은 숫자다. 하지만 생활은 감각이다. 같은 100,000동이지만, 그것을 바꿨을 때의 원화가 줄어들면 마음 어딘가에서 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아, 시대가 바뀌고 있구나.’
나는 지금 베트남의 성장과 한국 원화의 위치 변화를 같은 자리에서 함께 보고 있는 셈이다.
7.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앞으로 10년 뒤, 100,000동은 어떤 무게로 느껴질까?
'베트남은 계속 오를까?'
'원화는 회복할까?' 아니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감각이 새로운 기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