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의 심리
사이공스퀘어에서 티셔츠를 고르던 그날을 떠올려보면,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걸.' 로고도, 디자인도, 가격도 모두가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왜일까? 처음에는 단순히 가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싸니까. 부담 없으니까. 하지만 그건 절반짜리 이유였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이건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납득의 문제'에 가까웠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스스로를 설득한다.
'이 정도면 괜찮지'
'어차피 잠깐 입는 건데'
'사진 찍을 때만 괜찮으면 되지'
이런 몇 마디면 충분하다.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라, 합리화된 소비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이 시장에서는 ‘속는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반대다. 알고 산다. 그리고 그 사실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이것은 소비 방식의 변화다. 예전에는 가짜는 나쁜 것이었고, 속이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소비자는 이미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스스로 기준을 정한다. '가격 대비 이 정도면 만족'이라고. 그 기준 안에 들어오면, 그건 더 이상 ‘나쁜 선택’이 아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소비가 ‘경험’이라는 점이다. 벤탄시장이나 사이공스퀘어에서의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다. 가격을 묻고, 흥정을 하고, 웃으며 깎고, 결국 거래를 마무리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건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 산다. 여행지에서의 소비는 항상 이 감정을 동반한다. 누군 거기에서 얼마를 깍았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누구에게 처음 가격을 제시받으면 얼마 이상을 깍아 부르고 시작하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이건 여기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누구는 같은 상품을 벤탄에서 5만원에 샀는데 또 누구는 사이공스퀘어에서 7만원에 샀다며 한 명은 승리자가 된 듯한 푸듯함을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 명은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리 억울해 하지 않는다. 그저 베트남에서의 한 경험, 추억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것이 지갑을 여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여주기’라는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소비는 혼자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경우가 많다. SNS에 올라가는 사진 한 장, 짧은 영상 하나. 그 안에서 중요한 건, 진짜냐 가짜냐가 아니다. ‘어떻게 보이느냐’다. 그 기준에서 보면 짝퉁은 충분히 기능을 한다.
결국 이 시장은 속이는 시장이 아니다. 알면서도 선택하는 시장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가격, 경험, 이미지, 그리고 스스로의 납득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그날 밤, 나는 티셔츠의 태그를 잘라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옷을 입고 있다. 불편함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후회하지도 않는다. 이 모순된 감정이 어쩌면 이 시장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Q38AUN2A180
그렇다면 또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이 물건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을까?' 라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짝퉁에도 정말 급이 존재하는가 - 그 품질과 등급의 구조'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