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쫓는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돈이 된다
늦은 밤이었다. 매장 문을 거의 닫을 시간쯤, 지인 후배가 불쑥 찾아왔다.
“형, 소주 한 잔 하시죠.”
그 옆에는 예전에도 함께 데리고 왔던 젊은 친구 하나가 서 있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데, 눈빛은 묘하게 당당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소주잔이 몇 번 오가고, 대화는 일상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조금씩 깊어졌다. 일, 돈, 사람, 그리고 미래.
그 친구는 말을 꽤 잘했다. 요즘 어디가 뜨는지, 누가 돈을 벌고 있는지, 어떤 기회가 있는지. 정보도 빠르고, 판단도 빠른 듯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가지가 비어 있었다.
‘그래서… 너는 어디로 가고 싶은 거지?’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친구는 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빛났다. 어디에 투자하면 좋을지, 어떤 사업이 돌아가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하지만 그 안에는 방향이 없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은 분명했지만 왜 벌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벌어야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목적지 없이 빠르게 달리는 차 같았다. '속도는 있는데, 방향은 없는'
더 흥미로운 건 그 친구의 태도였다.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자존감도 낮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묻어났다. 중국에서 자기가 실패한 경험도 자랑스럽게 늘어 놓았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쌓아온 시간도, 깊이 있는 고민도 느껴지지 않는데, 이미 결과를 손에 쥔 사람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딱 좋은 타깃이다.'
세상에는 돈 냄새를 맡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돈을 쫓는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알아본다. 특히 방향 없는 자신감. 근거 없는 확신. 이 조합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방향을 대신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대부분 그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길이다.
나는 호치민의 한국인 거주타운 푸미흥을 갈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담고 돌아온다. 큰 도로변에 불과 몇 개월전에 삐까번쩍하게 새로 오픈한 한식당이 몇 달만에 가보면 그 간판은 새로운 간판을 달고 오픈 준비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또 누군가가 미끼를 물었구나' '여기에서 일년 이라도 살아던 사람이면, 그렇게 많은 돈을 한 번에 투자하면서, 몇 번이나 망한 그 자리에 매장을 열 엄두를 내지 않았을텐데...' '어느 컨설팅 업자(?)나 인테리어 사장들만 웃으면서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아마 투자를 위한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든, 지인이든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힘도 있어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돈은 방향이 없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시험을 준다. 더 빠르게 흔들리게 하고 더 쉽게 유혹에 끌려가게 만든다.
나는 그날, 그 친구를 보면서 씁쓸함을 느꼈다. 요즘 가끔 접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모습이 보이는 것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상태.
“어디 가면 돈 벌 수 있어요?”는 물어보지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는 묻지 않는다.
돈은 결과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시간을 쌓고, 어떤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그 순서를 건너뛰면 돈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한다. 내가 시간을 쓰고 싶은 분야, 내가 견디면서 배울 수 있는 영역, 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그게 있어야 돈도 의미를 가진다.
그날 밤,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했다.
'꿈이 없는 자신감은 언젠가 누군가의 계획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이 괜히 마음을 무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