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낀족이 주류가 된 배경
베트남 54개 민족 중 낀족이 85% 차지
베트남의 역사적 발원지는 북부이며, 현재 베트남의 주요 민족인 낀족(Kinh, 京族)은 베트남 전체 인구의 약 85% 이상을 차지하며, 북쪽에서 남쪽까지 베트남 전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베트남은 북부, 중부, 남부 지역마다 다양한 민족이 존재했으며, 이들 지역의 문화적, 민족적 차이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문화와 민족적 성향이 다른 세 부분이 하나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중부지역이여 영토 확장 전쟁에로 동화를 시켰다고 하지만, 남부 지역 민족까지 통합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처럼 인종 말살이 없이도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낀족이 베트남 전역에 대해 주도적인 민족으로 성장한 배경을 설명하고자 한다.
베트남 역사에서 낀족이 남쪽으로 확장하게 된 주요 이유는 '남진(南進) 정책'에 있었다. 베트남은 원래 북부 지역, 특히 홍강 삼각주(레드 리버 델타)를 중심으로 국가가 형성되었다. 10세기부터 베트남은 중국의 지배에서 독립한 후, 본격적으로 남쪽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이 남진 정책은 베트남이 중세부터 남쪽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 과정에서 참족(Chăm)을 비롯한 남부 소수 민족들이 통합되거나 정복되었다. 참족은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해양 국가를 이루었으나, 15세기 응우옌 왕조 시기에 결국 베트남에게 패배하면서 많은 영토를 잃게 된다.
이 외에도 캄보디아의 메콩 삼각주 지역이 베트남에 의해 점령되면서 남부로 낀족의 세력이 확장되었다. 원래 이 지역은 캄보디아의 일부였으나, 베트남이 남쪽으로 계속 확장하면서 오늘날 남부 베트남에 해당하는 지역이 베트남 영토로 편입된 것이다.
베트남 전역에서 낀족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북부와 남부의 인구 구성과 역사적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베트남의 초기 국가 형성은 북부에서 시작되었고, 이 지역은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 아래 있었다. 북부의 낀족은 중국 문명과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 비교적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북부 사람들은 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남부 지역은 북부보다 역사가 짧고, 다양한 소수 민족과의 혼합이 이루어졌다. 이 지역은 캄보디아, 참족, 그리고 다양한 해양 민족들의 영향을 받았으며, 상업과 무역이 발달한 지역이다. 남부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성향이 강하며, 경제적으로도 더 유연한 편인데, 이는 남부 지역의 더 따뜻한 기후와 풍요로운 농업 환경, 그리고 역사적 배경이 혼합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낀족이 베트남 전역에 퍼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중앙 정부의 동화 정책과 이주 정책이다. 특히 베트남 전쟁 이후 통일 과정에서 공산주의 정권은 남부로 북부 주민들을 이주시켜 인구를 재배치했다. 이러한 정책은 인구 밀집도를 조정하고, 공산당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베트남 정부는 경제 개발과 국토 개척을 목적으로 북부 주민들을 남부와 중부 산악 지역으로 대규모 이주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낀족 인구가 점차 남부와 중부 산악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이는 원래 소수민족이 주로 살던 지역에 낀족의 인구 비율이 증가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또한, 소수민족들을 낀족의 문화와 동화시키기 위한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소수민족의 언어와 전통이 존중되기보다는 베트남어(낀족의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등, 낀족 중심의 문화가 강화되었다.
베트남에서 낀족이 우세한 이유는 이들이 역사적으로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세력을 형성했고, 중앙집권적인 통치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통일 후에도 낀족 중심의 정부가 소수민족을 통제하고, 이주 및 경제 정책을 통해 낀족의 영향력을 넓혀나갔다. 현재도 베트남의 소수민족들은 주로 산악지대나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반면, 낀족은 주로 도시와 평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낀족이 베트남 전역에 퍼지게 된 주요 이유는 역사적으로 남진 정책을 통해 남쪽으로 확장하면서 영토와 인구를 늘렸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이주 및 동화 정책으로 인해 북부 지역의 낀족 인구가 중부와 남부로 확산되었으며, 소수민족들이 동화되었다. 낀족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베트남 사회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남부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북부에 비해 민족성에 대한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약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남부지역 민족들은 정체성이 약했던 것이 인정된다. 그 이유는 여러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한다. 남부 베트남은 북부와 달리 오랫동안 다양한 민족들이 공존해 왔고, 역사적으로 이주와 정복의 과정을 거쳐 문화적 혼합이 더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민족적 정체성이나 민족성에 대한 의식이 북부보다 약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남부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베트남 영토로 편입되었다. 북부 베트남은 오래전부터 낀족의 중심지였고,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중앙집권적인 국가를 형성했다. 이에 반해 남부 지역은 원래 참족(Chăm), 크메르족(Khmer) 등 여러 소수민족들이 거주하던 곳이었으며, 베트남이 남진 정책을 통해 차츰 정복하고 개척한 지역이다.
베트남 남부 지역에는 원래 참족과 크메르족이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메콩강 삼각주 지역은 크메르 제국의 영토였으며, 참족은 중부 지역에서 강력한 해양 왕국을 이끌었다. 이들이 북부에서 온 낀족과 혼합되면서 남부 지역은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는 지역이 되었다.
남부 지역은 메콩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 무역과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외부 문화와 접촉했다. 특히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등과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남부 사람들은 더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환경은 남부 사람들이 북부와는 다른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게 한 요인이 되었다.
남부 베트남은 이주민들의 땅이었고, 이는 민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더욱 야기할 수 있었다. 남부 지역은 북부나 중부보다 훨씬 더 많은 이민자들이 유입되었고, 이러한 이주민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민족 정체성이 강하게 자리 잡기보다는 다양한 배경의 문화가 혼재하는 특징을 가지게 된다. 남진 정책 이후 많은 북부 낀족들이 남부로 이주했지만, 이들이 기존의 남부 원주민들과 섞이면서 민족 정체성보다는 지역 정체성이나 경제적 실용성에 더 가치를 두게 된다. 남부 지역은 경제적 기회가 많고 상대적으로 토지가 비옥했기 때문에,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민족적 정체성보다는 생존과 번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남부 지역은 정치적으로도 북부와는 다르게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응우옌 왕조는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세력을 키운 후, 북부의 레 왕조를 무너뜨리고 베트남 전역을 통일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남부가 북부에 비해 중앙 정부의 통제를 덜 받았고, 지역적인 자율성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응우옌 왕조는 중부의 후에(Huế)를 수도로 삼았고, 중부 및 남부 지역에서 독립적인 정치 세력을 형성했다. 북부의 레 왕조와의 갈등을 통해 남부는 독자적인 정치적 정체성을 가졌으며, 이는 나중에 베트남 전쟁 당시에도 남부 베트남이 독립적인 성향을 보이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남부와 북부의 갈등은 단순히 정치적, 이념적 차이뿐만 아니라 민족적, 문화적 차이로도 이어졌다. 북부는 공산주의 혁명을 통해 국가적 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남부는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더 개방적이고 자본주의적 성향을 가졌다. 이러한 차이는 남부 사람들이 민족 정체성보다는 경제적 번영이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더 중시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남부 베트남, 특히 사이공(현재의 호찌민시)은 베트남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다양한 외국 문화를 받아들였고 상업과 무역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남부 사람들은 북부보다 더 개방적이고,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며, 경제적 실용성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남부는 북부에 비해 서양 문화와의 접촉이 훨씬 많았으며, 이는 남부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게 했다. 전통적인 낀족의 민족적 정체성보다는 글로벌한 사고방식과 실용적인 태도가 더욱 부각된 것이다.
남부 베트남은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어 북부에 비해 민족적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특히 남부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혼합된 지역이었고, 경제적 기회를 중시하는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강했다. 이러한 배경은 남부 사람들이 민족성보다는 경제적 번영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성향을 가지게 만든 중요한 요인으로 짧은 시간에 북부의 낀족이 베트남 전체를 통일하고 하나의 나라로 성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통일 이후에도 북부와 남부 지역 사람들의 이념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갈등과 긴장은 지속되고 있는 바, 이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