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기쁨과 문화의 다양성
베트남에서 한국보다 빨리빨리가 통하는 것 중의 하나는 크리스마스 준비일 것이다. 11월 초부터 일부매장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이 설치되었고, 마트에서는 트리 및 장식물 특설 판매대를 운영 중이다.
크리스마스는 서양에서 시작된 기독교의 대표적인 명절이지만, 오늘날 베트남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축하하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 축제인 것이다.
베트남의 주요 도시, 특히 하노이와 호찌민시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거리마다 화려한 장식과 불빛으로 물든다. 대형 쇼핑몰과 성당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스 모형, 그리고 눈처럼 보이는 인공 장식으로 꾸며지며,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된다.
특히 가톨릭 신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성당 주변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밤이 되면 사람들이 성당 앞에 모여 미사를 드리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대표적인 장소로는 하노이의 성 요셉 대성당과 호찌민시의 노트르담 대성당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이기도 하고 기독교가 발달하지 못한 베트남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에 대해 느끼는 의미는 무엇일까? 베트남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불교가 다수인 나라지만, 약 7~8%의 인구가 가톨릭 신자이다.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며 신앙을 되새기는 날이다. 가족과 함께 미사에 참석하고, 예수의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시간이 된다.
다른 한 편으론 문화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종교와 관계없이 크리스마스는 이제 베트남 사람들에게 하나의 축제이자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젊은 세대는 크리스마스를 연인과 데이트하거나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는 날로 여긴다. 선물을 주고받고,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대부분 겨울철 눈과 함께하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따뜻한 기후 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이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야외에서 활발히 즐기며, 한여름 크리스마스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크리스마스가 공식적인 공휴일이 아니라는 점은 큰 차이이다. 베트남에서는 일부 가톨릭 학교와 기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일상적으로 일하거나 학업을 진행한다.
결국 베트남의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종교적 행사나 서양 문화의 수용을 넘어,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하는 날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통해 사랑과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고, 서로에게 기쁨과 따뜻함을 전하려 노력한다. 이는 베트남 사회의 강한 공동체 의식과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다음에는 기독교가 발달하지 못한데도 크리스마스에 대해 각별히 생각하는 이유와 언제부터 그런 현상이 생겨난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