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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다시, 금연이라는 이름의 연습

첫날부터 실패였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작했다

by 한정호

첫날부터 실패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어젯밤 10시 30분부터 무너졌다. 직원들을 먼저 퇴근시키고 나니, 매장엔 나 혼자만 남게 되었고 정리된 테이블, 꺼진 불빛, 조용한 공기 속에서 나는 예전처럼 하루를 마쳤다.


나만의 공간과 자유를 찾았다는 내 몸의 자연적인 반응일까? "이제 혼자다…"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순간, 내 마음과 손은 어느새 담배를 찾고 있었다. 그 행동이 낯설지 않고 무엇엔가 끌리 듯 담배를 찾았다고 할 수 있겠다. 되풀이된다는 걸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다.


숙소로 돌아와 재떨이들을 한 군데로 옮겨두고 잠들었다. 다시는 피우지 않겠다는 작은 의식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어머님과의 통화 후 내 거취에 대한 가족들의 걱정이 전해져 왔고, 나 역시 고민 끝에… 또 담배를 물고 말았다.

이쯤 되면 "난 의지가 약한가?" 라는 자책이 들 법도 하지만, 이제는 안다. 금연은 결심이 아니라 연습이라는 걸. 나는 아직 금연에 실패한 게 아니라, 금연을 ‘시작한 사람’일 뿐이다. 어떤 날은 넘어지고, 어떤 날은 견디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이겨내게 되는 싸움.


나는 오늘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매장에선 끝이 나면 직원들과 함께 귀가를 하여 혼자 남는 시간을 없애기로 했다. 일주일의 한 번, 어머님과의 아침 통화는 일찍 나와 매장에서 하기로 마음 먹었다.

혼자라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감정의 동요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담배 없이도 잘 살아가는 '진짜 나'를 위해. 실패해도 괜찮다. 계속 시도할 수만 있다면, 그건 이미 전진이니까.


담배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나를 되찾는 과정. 오늘도 다시, 도전하는 나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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