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괜찮았다.
투명해지는 게 견딜 수 없었을 뿐.

“혼자여서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무너진다”

by 원울 wonw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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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건 괜찮았다.
투명해지는 게 견딜 수 없었을 뿐.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맴돌았다.
혼자인 게 괴로운 건 아니라는 듯.
오히려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건,
그 자체로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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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건 익숙했다.
말없이 하루를 버티는 것도.

때로는 그런 하루가 편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외로움'은 이상하게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조용히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그런 상태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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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던 건
내 마음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 순간.

그저 바라봐 주길 바랐을 뿐인데,
아무 말 없이 흘러가는 태도,
내 마음이 그저 ‘배경’처럼 취급될 때,
그 고요함이 오히려 날 흔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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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때
나는 점점 투명해졌다.

그건 외로움이 아니었다.
그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존재는 있는데,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안을 작게 접어넣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게, 들키지 않게, 그렇게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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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여서 아픈 게 아니라,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느낌에
무너진다.

내가 하는 말도, 표정도,
아무 의미가 되지 않을 때.
그때 마음은 가장 쉽게 닳는다.
상대의 무관심이 칼날보다 차갑게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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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
누군가의 무관심 앞에서
나를 접고만 있었다.

애써 괜찮은 척, 애써 더 밝은 척.
그게 나를 지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건 나를 감추는 방법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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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방보다
아무 존재도 아닌 듯한 순간이
사람을 더 아프게 한다.

말 없는 공간보다,
아무 감정도 돌아오지 않는 관계가 더 쓸쓸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나를 지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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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안다.
나를 외면하는 사람 앞에서는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는 걸.

더 이상 ‘사라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묻히는 감정’을 붙잡지 않기 위해.
나는 이제,
내 마음이 머물러야 할 자리를
내가 먼저 선택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누구에게는 차가운 거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가장 따뜻한 용기라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때는 애써 이해하려 했고,
나만 더 다가가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건 결국
나를 더 깊이 사라지게 만드는 길이었다.

모든 감정에는
머물러도 되는 곳과
머물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는 걸,
나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무관심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그 무관심 속에서도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연습을 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누구의 시선 없이도,
누구의 대답 없이도
내 감정이 존재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하루가
조금씩 쌓이면서
나는 아주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혹시 비슷한 감정을 지나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무력감,
그 사라지는 기분은
결코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당신을 외면했을지라도
당신의 마음이 틀린 건 아니라고.
그 마음은 충분히 소중했고,
그 감정은 분명히 누군가를 향해
정직하게 움직였던 거라고.

그러니 이제는,
그 마음을 다시 당신에게로
조용히 되돌려줘도 괜찮다고.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마음을 통해
다시 살아지는 존재니까.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가, 당신에게도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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