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는 자가 흐름을 쥔다—Declaration

모두가 주저할 때 흐름을 바꾸는 첫마디

by WONA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누군가는 입을 열어야 하는데, 모두가 눈치만 본다.

리스크가 있는 안건이거나, 누구도 책임지고 싶지 않은 상황일 때 이 침묵은 길어진다.

이 순간, 공기를 찢고 먼저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용은 그다음 문제다. 이 문장을 뱉는 순간, 그는 그 회의의 주도권을 쥔다. 흐름은 준비된 자가 아니라, 선언하는 자에게로 흐른다.


이 원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있다.

2022년 9월, 프레지던츠컵. 퀘일 할로(Quail Hollow).

톰 김은 파트너 김시우와 함께 미국 팀 최강 조합인 패트릭 캔틀레이, 잰더 쇼플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마지막 18번 홀. 승부는 동타(All Square). 이 홀에서 비기면 무승부, 이기면 승리였다.

233야드가 남은 상황. 압박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파트너 김시우는 신중하게 거리를 계산하고 있었다. 바람을 읽고, 클럽을 고민하며 시간을 쓰고 있었다. 보통의 루키라면 선배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제가 먼저 칠까요?"라고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톰 김은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캐디에게 먼저 치겠다고 통보했다.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체 없이 2번 아이언을 휘둘렀다. 공은 핀 3m 옆에 꽂혔고, 그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모자를 집어던지며 포효하는 그 장면은 프레지던츠 컵 역사상 최고의 세리머니로 남았다.


이 장면의 핵심은 샷의 결과가 아니다. 샷을 하기 전의 태도다.

그는 질문하지 않았다.

"Can I go first?" — 제가 먼저 해도 될까요? 허락.

그는 선언했다.

"I'm going to go." — 나 간다. 통보.

질문은 권력을 상대에게 넘기는 행위다. 결정권자가 상대방이 되기 때문이다.

선언은 권력을 내가 쥐는 행위다. 결정권자가 '나'임을 확정 짓기 때문이다.

이것은 Agency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다. 상황을 주어로 놓지 않는 것을 넘어, 상황 자체를 내가 만드는 것.


미국·인터내셔널 선수들이 카트에 앉아 지켜보는 그 숨 막히는 거리에서, 톰 김이 보여준 것은 '용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공간 장악이었다.

먼저 움직임으로써 그는 갤러리와 상대 선수, 심지어 파트너의 시선까지 모두 자신에게로 가져왔다.


회의실도 다르지 않다.

모두가 침묵할 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선언이다.

틀려도 괜찮다. 침묵하고 있는 다수보다, 틀리더라도 먼저 말하는 한 사람이 리더에 가깝다.

침묵은 안전하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침묵을 깨는 자만이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당신의 회의실을 떠올려보라.

침묵이 흐를 때, 당신은 눈을 피하는 쪽인가, 아니면 마이크를 켜는 쪽인가.

흐름을 원한다면, 기다리지 마라. 그냥 간다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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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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