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부터 30대 중반을 넘어선 된 지금까지 하루에 자동차를 생각하고 찾아보는데 하루에 족히 1~2시간을 소비해 온 것 같다.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나는 자동차에 대한 첫 기억이 있다. 20살 초입 때 대학 합격 소식을 기다리면서 과외알바를 하러 가고 있었는데, 차 한대가 눈에 들어왔다. 완벽한 균형미,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그리고 왠지 좀만 더 크면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친근감. 차를 갖고 싶다. 아반떼 XD였다. 현 아방이가 무려 7세대이니 XD는 고조할아버지 뻘이지만 지금 봐도 XD는 정말 역작이다.
김경호가 락음악에 입문이었다면, 아반떼는 자동차의 입문과외 나부랭이였지만 아무튼 돈이라는 것을 벌게 되니 차를 갖고 싶었다. 그때부터 자동차생활, 탑기어, 모터트랜드는 물론 GQ나 에스콰이어의 자동차 코너를 너덜거릴 때까지 주야장천 봤고(차에 관심 없었다면 아마 삼수는 안 했을 거다 분명), 허구한 날 보배드림에 들어가서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했다. 사지도 못할 거면서.
차살 돈은 없으니 과외로 번 돈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다가 부모님에게 걸려서 오토바이를 압수당하고 전화위복(?)으로 차를 받았다. 마침 아버지가 차 바꾸실 때여서 30만 킬로를 넘게 탄 무쏘를 물려받으면서 내 카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이어서 세라토(K3의 할배), 아반떼AD, 아우디Q3, 아우디Q7, 벤츠e450카브리올레, 박스터981GTS까지 거쳐왔다.
자동차 러버들의 종착지인 포르쉐까지 와보니 어느 정도 차에 대한 욕정은 충족이 된 것 같다. 물론 911이 지나갈 때마다 노욕(老慾)처럼 욕정이 찔끔 올라오긴 하지만.
여하간 자동차에 대한 번뇌 속에서 십수년을 휩싸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에 욕심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자동차는 한 인간이 구매하는 물건 중에 가장 비싼 건데 과연 꼭 필요한 물건인가?
자동차는 필수품이 아니라 사실 사치품이다.
숨 막히는 포르쉐911터보s 뒤태미국 같은 대륙 국가에서 살거나 산간벽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차는 필수품일 것이다. 자가용이 없으면 어디를 갈 수가 없으니깐. 그런데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92%는 도시에 거주한다. 그리고 한국은 대중교통 강국이다. 조사에 따르면 주요국 46개국 중 7위에 해당한다. 아마 타국에 비해 도시화율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좀만 생각해 봐도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자가용 없이도 웬만한 곳은 갈 수 있다. 사실 택시까지 대중교통 범주로 생각한다면 못 갈 곳이 없을 정도이다.
택시가 비싸다고?
무슨 소리. 평생 모닝LPG만 탈게 아니라면 차라리 택시가 경제적으로도 싸다. 말 나온 김에 재미삼아 단순비교를 해보자.
국민차 소나타 기준으로 보면 차값만 3000만원, 취등록세 240만원, 보험료 100만원으로 시작이다. 이제 매년 유지비를 보면 보험료, 자동차세, 기름값, 주차비, 메인터넌스비 하면 1년에 유지비만 최소 400~600만원은 들 것이다(출퇴 거리, 나이 등 거두절미하겠다). 그리고 자동차는 보통 10년지나면 차값의 10%이하로 수렴한다.
그럼 소나타 기준으로 10년을 탄다고 대충 생각해보면, 10년 동안 차에만 들어가는 돈이 족히 1억은 들 것이다.
자 그럼 이제 택시+대중교통 라이프를 생각해보자. 한달 중 반절은 대중교통, 반절은 택시타고 출퇴근 및 주말 나들이를 하고 두 번은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표준은 없다 수백개의 변수가 있으니 그냥 내 폭력적인 뇌피셜로 계산해 보겠다.
28일 중 14일은 왕복 대중교통비 3000원 = 4만2천원, 14일은 왕복 택시비 3만원 = 42만원, 2일은 소나타로 렌트카+기름값 = 30만원. 자 그럼 얼마냐! 월에 76만원, 1년에 912만원, 10년에 9천만원 돈이다.
말 뛰는 거 초초하게 보던 거 기억나면 옛날사람
1억과 9천만원을 비교하면 얼추 비슷해 보이지만, 좀 만 더 생각해 보면 차이가 크다. 차소유 테크에서 쓰게되는 1억은 아무리 봐도 더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중간에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나면 비용은 휙휙 올라간다. 그런데, 무소유 테크에서는 낮아질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한 달에 14일 택시를 타지 않고, 한 달에 2번이나 렌트를 안 하는 경우도 태반일 테니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수를 언급 안 했는데, 과연 당신은 소나타를 10년간 탈 수 있을까? 기변 하지 않고? 글쎄올시다. 큰 집에서 작은 집 가기 어렵듯이, 더 싼 차로 내려가는 것은 더욱 어렵다. 10년간 2~3번 차를 바꾼다고 보면 이미 게임 끝이다.
나의 개똥 계산으로 해보면, 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차를 이용하는 삶이 최소 수천만원은 아낄 수 있다.
즉,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가성비 라이프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차 없이도 별로 불편함 없고 오히려 택시 타고 다니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데도 차를 소유하는 것은 그냥 사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나는 차를 그토록 갈망하는가?
그건, 자동차는 인간에게 가장 만족감을 주는 최고의 사치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르메스 켈리백 뭐.. 끽해봐야 소나타 한대 값인데 뭘..!....??앞으로는 자신을 속이지 않기로 했다.
차는 필수 실용품이 아니라 최고 좋은 사치품이라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마지막에 이렇게 이야기해서 좀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자동차만큼 실용적인 사치품이 있을까 싶다.
매일매일 타는 차를 이제 속옷과 같은 필수품이 아니라 값비싼 사치품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정당화된 최고의 사치를 매일매일 누리는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