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열정적으로 살아야 하나요?

생각들 (1)

by 원더모스 Wondermoss

나는 상상력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가도 혼자 이런저런 망상을 한다거나 내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우주에 대해 떠올릴 때마다 '음.. 없진 않네.' 생각한다. 아직도 유행 중인 MBTI에서 N으로 나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주에서 지구가 정말 코딱지보다도 작다는 것에 대해 딱히 아무 생각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우주 먼지보다도 작을 텐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지? 싶은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지구가 우주의 다른 행성에 사는 사람들의 게임이어서 나는 그 사람 중 한 명이 만든 캐릭터이고 그럼 그 사람 캐릭터 키우기 망한거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한 적이 많았다.


이런 상상이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굳이 찾고 싶지도 않고, 성공하기 위해서 코피 쏟아가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처럼 살 자신도 없는데 그럼 나는 뭐지? 하는 생각까지 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직장을 가고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비슷한 일을 하다가 퇴근하고 먹고 잠을 자고 다시 또 어제와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이걸 일을 못하게 될 때까지, 아니 어쩌면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 해야 한다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나만 한다고? 하는 의문과 함께 현타가 세게 찾아온 적이 있었다.


물론 엄마한테 비슷한 말을 했다가 "다 그렇게 살아." 같은 도움도 공감도 이해도 없는 말이나 들었지만.


그러다가 내가 한 생각과 비슷한 말을 적은 글을 발견했다.

그 글에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아,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알고리즘이란 정말 신기하고 가끔 소름 끼칠 때가 있어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에 그 글을 보여줬고, 한 번 반응을 하니까 비슷한 종류의 글들을 끊임없이 나에게 알려줬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꽂힌 글이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이 있으면 반대로 나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굳이 노력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상적인 거 아닌가? 왜 모든 사람이 아등바등 살아야만 사회가 돌아가야 하는데?


저장 해놓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봤어야 했는데, 미처 그러지 못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결론은 모든 사람이 열정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너무 확 줄였나?


유독 열정을 강조하고, 노력을 미덕으로 여기며, 이 나이대에는 이 정도를 이뤄놨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기준이 명확하게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내가 할 일만 하는 것도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어!' 같은 말이나 듣기 십상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결과물이 없다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거 맞아?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같은 말이나 듣는다.


하지만 그다지 긴 인생을 살지 않은 내가 깨달은 건 노력도 충분히 배신을 한다는 것이고, 생각보다 더 인생은 운이 많이 필요하며, 사람 일은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일에 매사 열정적으로 매달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


가끔 엄마는 나랑 둘이서만 식탁에 마주 앉아있을 때면 이런 말을 하고는 한다.


"OO이는 공부해서 전문직 하나 하면 정말 잘할 것 같은데…."


뭐, 내가 할 말은 뻔하지.

같은 답을 들으면서도 저 말을 단어만 바꿔서 계속 하는 엄마도 참..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이구나 싶다.


"나는 사람들이랑 부대끼는 것도 싫고, 오랫동안 사무실에 쳐박혀 있는 것도 싫어. 절대 못해.

그리고 엄마, 나 공부한다고 하면 뒷바라지 해 줄 돈은 있어?"


그러면 엄마는 다시 조용해지고 보던 티비나 마저 본다.


어쩔 때는 그냥 기술이나 배워서 이 기술 잘 먹히는 나라 가서 돈이나 벌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라 분명 기술을 배워도 몇 년 안 가서 때려치울 게 뻔해서 생각만 했다.


사실, 이렇게 무기력한 나도 하고 싶은 건 있다. 좋아하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사람이 어떻게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사나.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좋아지겠지 하는 거지.


그리고 이런 것은 단기간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뿐이지 몇 년이든 매달려서라도 하려고 하며, 행동하고 결과를 낸다. 외국을 가겠다는 결심도 몇 개월 뒤에 하는 출국으로 결국 이뤄냈고,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해서 지금도 출국을 해서도 그 다음에도 계속 하겠지.


남은 하나가 더 있는데, 이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나의 여정을 올려볼까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한참 멀어서.


누가 그랬더라.

정말 해내야 하는 일이면 여기저기 알리라고. 그러면 창피해서라도 하게 된다고.

근데 나는 뻔뻔해서 그런지 딱히 효과가 없더라고. 한 번 민망해하면 되니까.


대신 예전에는 뭘 하더라도 제대로 준비해서 시작하려고 하고, 마음에 드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으면 금방 질려버려서 이건 나랑 안 맞나봐- 하고는 포기하는 행동을 계속 반복해왔다. 그 결과가 어쩌면 퇴사하고 3년 동안 새로운 강의를 듣느라 돈도 시간도 날려버리고 어떤 인생의 깨달음과 나 자신이 원하는 걸 알아버린 지금의 내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그렇게 알게 된 것은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려고 하면 평생 못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틀리고 고치면서 발전하는 게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이다.


이 깨달음 덕분에 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해 포기하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아예 모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초만 간단하게 배우고 바로 실전에 뛰어드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모한 사람이 결국은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 뭐라도 하나 더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게 나에게 훨씬 더 맞는 방법이라는 걸 조금이지만 느끼고 있다.


이 행동에 대한 결과물이 뭐가 있는지는 언젠가 적을 수 있겠지.


그 언젠가란! 아주 늦은 때가 아니다. 그러면 말의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뭘 시작했는지 그래서 뭐가 틀렸고, 어떻게 고쳐서 발전했는지에 대해 금방 가져와야지.


열정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끝내버렸는데,

하고 싶은 말의 결론은 위에 적었다고 생각한다.


매사 열정적일 필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나의 에너지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