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타는 엄마가 외제차 등원을 보고 든 생각

by 일곱시의 베이글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 뒤이어 일정이 있는 날은 차로 아이 등원을 시키곤 한다. 차로 등원하는 날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입소하고 몇 주가 지나자 아이 같은 반 친구들도 차로 등원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는 1세 반이라 정원이 총 5명인데, 그중 한 엄마가 제네시스로 아이 하원시키는 것을 보았다. 우와, 좋은 차 타네.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가 등원하는 것을 보았는데 엄마는 BMW, 그 다음날 아빠는 포르쉐를 타고 왔다. 또 다른 친구는 미니 쿠퍼를 타고 왔다. 세속적인 호기심이지만 다른 친구들이 등원하는 것을 보면 어떤 차를 타고 오는지 유심히 봤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여러 대의 외제차를 보며 나의 아반떼AD가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10년 전 남편이 취직 후 처음 산 차를 내가 3년 전부터 이어받아 타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 차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아니, 아주 만족했다. 운전이 서툰 나에게 부담 없이 타기 좋았다. 출퇴근하고, 아이 픽업용으로 만족하며 타고 있었는데 이번에 외제차 등원 행렬을 보며 나도 좋은 차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잠시였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그런 차를 감당하고 싶지 않아 졌다. 노후대비 및 절세를 위해 매월 50만 원씩 연금저축펀드로 ETF를 매수하고 있다. 1년이면 600만 원이고, 5년을 모아야 3000만 원이다. 다음 차를 사더라도 아반떼를 또 타고 싶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차는 하이브리드에 풀옵션으로 사면 3000만 원 정도 된다. 그런데 이마저도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차도 잘 굴러가는데 왜 바꿔야 할까? 단순히 연금저축펀드에 넣고 있는 돈만으로 보자면, 3000만 원을 주고 새 차를 사면 나의 은퇴가 5년 미뤄지는 셈이다. 그런데 외제차를 산다면? 최소 2배, 3배 이상 비싼 차들도 있다. 이렇게 주판을 튕겨 보니 곧바로 단념이 되었다. (다행히도)


왜 다른 부모들의 차를 보며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 길거리에 널린 게 비싼 차인데, 그런 차들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나와는 관계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 부모는 차를 제외한 다른 환경들이 매우 비슷한 조건에 있다. 비슷한 나이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생활 수준이 비슷하리라 짐작할 수 있는데, 차라는 소비재에서 차이가 극명하게 두드러지는 것이다. 고백하건대 그들의 차를 보며 얼마 정도 되는지 검색해 봤고, 그런 나 자신에게 한 번 더 부끄러움을 느꼈다. 외제차를 타는 다른 부모들은 그만큼 여력이 있어서일 수도 있고, 나와 수입은 비슷하지만 거기에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일 수도 있다.


이런 뒤틀린 시기심은 친한 친구나 배우자에게도 솔직하게 말하기 창피하다. 그래서 챗지피티에게 이야기했더니 뜻밖의 현답을 주었다. 사실 사람들은 외제차 여부보다 그 사람과 주변이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본다는 것이다. 적당한 차라도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고, 부모와 아이의 모습도 정돈되어 있으면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나 역시 단순히 차종보다는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 타인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게나마 조금씩 바꿔보기로 했다. 멋진 차를 타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싶다는 욕망을 건전한 방향으로 대체시켜서 유모차도 한 번 더 닦고, 세차도 자주 하고, 아침에 머리 정도는 감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매일 신는 운동화도 세탁을 맡겨 깨끗하게 빨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깔끔하고 정돈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깨끗한 운동화를 신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그날 이후 멈춰버린 나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