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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무적우너지 Oct 14. 2020

작심(作心), 지난 반 년간의 소회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글을 쓴다는 것

작심(作心) 시즌 1이 끝났다. 작심을 반 년간 운영해오면서 느낀 바를 정리하고자 한다. 

과정이 어떠했는지, 작심을 무엇을 얻었고 얻지 못했는지를 주로 글 쓰기와 관련해 이야기해보았다. 



작심(作心)의 시작

작심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모여 각자의 글을 쓰고 피드백하는 글쓰기 모임이다. 작심(作心)이란 이름은 “마음 먹다”라는 본래의 뜻에 “쓰기(write)로 결심하다”라는 우리만의 해석을 덧입힌 것이다. 우리 모임의 Y군이 낸 아이디어였다. 각자 바쁜 일상 속에서 짬을 내 모임에 참석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 ‘작심’해서 써보자는 의도였다.


모임을 만든 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열망 아래 꾸준히 글을 쓸 원동력이 필요해서였다. 쓰다만 일기와 결말 없는 글들이 노트에 차곡차곡 쌓여가던 시점이었다. 고맙게도 비슷한 욕구가 있던 친구들이 홍보글을 통해, 혹은 나의 설득과 친구의 소개로 들어왔다. 8명이 참여했고 현재는 나를 포함해 5명이 활동하고 있다. 모임 초반에는 내가 정한 틀 안에서 개요 작성, 초안 작성, 피드백, 퇴고 등이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다들 어색했기에 미리 짜여진 시간표를 편안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다들 모임과 글쓰기에 익숙해지면서 우리 모임에 맞게 초안 작성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다. 



아쉬운 점

참여멤버가 전부 직장인이기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다. 미리 준비하는 부담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참고문헌 등의 준비가 많이 필요한 글보다는 에세이를, 긴 글보다는 A4 1장 정도의 짧은 글을 주로 쓴다. 오래 고민하고 여러 번 퇴고하기도 쉽지 않다. 또,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글을 쓰기 때문에 실력 측면에서는 전문 강사에게 배우는 것 대비 한계가 있다. 서로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고 이를 짚어주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스타일과 안 좋은 습관에 고착되기 쉽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원하는 사람은 따로 시간을 내서 공부하거나 몇 주에 걸쳐서 퇴고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월 1회씩 전문가에게 첨삭을 받거나 초안을 서로 바꾸어 퇴고해보는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정보 위주의 글 등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글도 다 같이 써보려고 한다. 



꾸준함, 그리고 자신감

그러나 실력의 측면만으로 지난 ‘작심’ 활동을 평가하기는 아쉽다. 우리는 올해 4월 16일 시작해, 10월 1일까지 25번 모여서 총 75편의 글을 썼다. 그 중 나는 20편의 글을 썼고 다른 친구들도 10편 이상씩 썼다. 글 1편당 3시간으로 보면 30시간 이상 글을 쓴 것인데, 혼자라면 하기 어려웠을 일이다. 처음 주변 지인들에게 모임을 소개했을 때 ‘그런 모임은 하다가 흐지부지되더라’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그 모임을 여전히 하고 있고 이제 시즌제로 바꿀 것이라는 내 말에 ‘아직도 하고 있어?’라며 놀라움을 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국 속담에 “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두려워 하라(不怕慢,只怕站)”란 말이 있다. 내가 타고난 명문가(名文家)였다면 자만심에 빠져 습작을 쓰거나 모임을 만드는 일 따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누군가 나의 글을 지적하면 공격적으로 반응하거나 변명하기 급급했을 것 같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나는 졸필이었고 많은 습작과 따끔한 피드백이 필요했기에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었다. ‘이만큼 성장했다’보다는 ‘멈추지 않았다’라는 것 덕분에 자만하지 않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글쓰기의 즐거움

주기적으로 글로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다 보면 일상이 훨씬 풍요로워진다. 글에 익숙해지면 평소에도 “이건 글로 남기고 싶다!”라는 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나 일상에서 관찰하고 느낀 점을 놓치지 않고 메모해서 글감으로 활용한다. 글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정성들여 꼼꼼히 뜯어보고, 또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나만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일상의 매순간이 새롭고 기억도 오래 남는다. 책 등의 콘텐츠도 글에 활용하기 위해 콘텐츠 생산자(책의 저자)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지 않고 능동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같은 콘텐츠라도 훨씬 재미있고 유익하게 소화할 수 있는데, 수동적 소비자와는 다른 생산자로서의 즐거움이다. 


또, <Writing to Heal>의 저자 텍사스오스틴대학교의 제임스 펜베이커 교수는 글을 쓰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최근에 미시간주립대 등 다양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고민이 많을 때 나의 상황과 감정을 글로 정리하는데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조절하기가 수월해진다. 연구 결과를 몸소 체험한 것이다. 



일상적 글쓰기의 어려움

작심 활동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글쓰기를 마주할 때 겪었던 막막함과 답답함을 극복한 것이다. 예전에 글을 쓸 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여 머뭇거리곤 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나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마저도 쓰다가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어 답답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글쓰기로 얻는 효용이 적지 않지만, 일상적으로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 막막하고 답답한, 불편한 경험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강제적으로 매주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익숙해지기 어려운 이유 두 가지를 발견했다. 먼저 생각을 문장으로 만드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고, 두 번째로 생각에 헛점이 많아 글로 담길 만큼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힘들었던 이유를 알고 나니 글을 쓸 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1. 문장력

처음 모임을 만들면서 썼던 글(http://bit.ly/2xGeTwt)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글은 쓰는데 열흘 넘게 걸렸다. 분명 쓸 말이 많았는데 화면 위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는 심정은 썩 답답했다. 꽤 구체적으로 개요도 작성해봤지만, 파편화된 단어와 구절을 엮어서 문장으로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외국어처럼 한글도 완전한 문장을 자주 만들어봐야 실력이 는다. 평소 글을 쓰는 것처럼 온전한 문장으로 말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문장력’을 키우려면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당시 글 쓸 일이 없던 나는 문장력이 상당히 떨어졌고 문장을 만들지 못하니 글쓰기가 버겁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도 한동안은 문장이 아닌 단어와 구절만 나열하거나, 생각이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아 화면을 바라보며 멍 때린 적이 적지 않다. 멤버들 중에서도 내가 특히 느린 편이라 시간 내에 완성하지 못하는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며 ‘글을 잘 쓰지 못한다’에서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로 나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문장력은 문장이 뛰어난 작가의 책을 필사하거나 문장을 자주 만들어 보면 충분히 키울 수 있다. 



2. 생각의 완성도

잘 안다고 자신했던 주제도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횡설수설하게 된 경험이 있는가? 글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고스란히 티가 난다. 정의가 글로 쓰기에는 명확하지 않고 문단을 구성하려니 주장의 논거가 부족한 경우, 생각을 전개하지 못하고 도돌이표 마냥 몇 개의 문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강의를 듣고 메모를 하더라도 이를 글로 ‘쓰기는 쉽지 않은데 남이 구조화해서 전달한 모든 논리를 바로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정철의 <메모의 기술>에서 메모는 별을 그리기 위해 점을 찍는 행위이고 글쓰기는 점들간 선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생각에 헛점이 많다는 걸 인정하고 글을 쓰면서 구멍을 채워간다는 마음을 가지니 오히려 글쓰기가 더 즐거워졌다. 모르지만 잘 알고 싶은 주제도 자신만만하게 도전한다. 글 쓰기는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여 공부하고(學) 내 논리로 설명할 수 있게 되는(習) “학습(學習)” 과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

한동안은 작심에서 계속 글을 쓸 예정이다. 소비만 하던 입장에서 무언가 창작하는 것은 뿌듯함과 더불어 일상에 생기를 준다. 부족한 글이지만 꾸준히 쓰고 또 애정어린 눈으로 피드백해주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3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모임의 시간과 장소는 동일하게 일요일 오전 9시반부터 3시간, 스타벅스 서소문로점(시청역)이다. 내용 공유 10분, 초안 작성 1시간 반, 피드백 20분, 퇴고 1시간으로 시즌1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차이가 있다면 시즌 1은 자유롭게 본인이 쓰고 싶은 내용을 썼다면, 시즌2는 한 달 단위로 전문가 첨삭, 익숙하지 않은 양식의 글 작성 등 약간의 강제를 둘 예정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글을 쓰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 일기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언어라는 특성에 맞게 작성한 글로 타인과 소통하면 즐거움을 배가 된다. 최근에는 글을 공개적으로 쓸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도 있고, 블로그는 여전히 인기 있는 매체이다. 최근에는 브런치 등의 텍스트 자체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완전히 공개되는 온라인 매체가 부담스럽다면 우리 작심같은 소규모 글쓰기 모임도 좋은 옵션이다. 또 글을 공유하면서 받는 응원과 피드백은 꾸준히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제 시즌 2를 새롭게 시작한다. 오래 그리고 즐겁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우리 모임은 항상 열려 있다. 

글 쓰는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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