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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하무적우너지 Oct 22. 2020

일상을 즐기는 장애인은 '기적'일까

유튜브 채널 위라클을 종종 본다. 채널 운영자 박위님은 경추손상으로 사지마비가 된 장애인인데, 비장애인 못지않게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영상 자체도 좋아서 구독자수가 14만을 넘었다. 대중들에게 척수손상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채널을 보면서 한 가지 마음이 불편했던 지점이 있다. "우리 모두에게 기적을"이라는 모토와 Miracle과 본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채널명에서도 드러나듯, 반복되는 '기적'이라는 키워드와 ‘기적’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멋진 장애 청년에게 느끼는 대중의 '감동'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위라클 -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을 즐기는 장애인은 '기적'일까


김초엽 작가가 쓴 기사 <‘엉터리 사이보그’로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다음 문장을 보았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보통의 삶을 흉내 내는 일이, 언젠가 정상성을 ‘회복’할 날을 기다리는 일이 당연한 것인 줄로 믿고 살았다."

나도 그랬다. 단지 나의 경우 의사로부터 완전마비로 진단받았고 재활을 해도 좋아지지 않아, 휠체어에 탄 상태에서 '정상인'처럼 보이려 노력했을 뿐이다. 뒤떨어지면 왠지 장애인이라서 못하는 거라 생각할까 봐, 남들이 하는 건 다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증명하려 애썼다. 야근을 강행하다 다리가 붓고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고, 가끔 신장 합병증으로 응급실에 실려 갈 때면 주변 사람에게 아프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게 싫어 펑펑 울었다. 남들과 구분 지어지는 데 집착이라 할 만큼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아무리 애써도 내 다리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나를 구분 짓는다. 종종 지나가다가 젊은 아가씨가 왜 이런 걸 타냐며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 '정상인'처럼 보이려 노력했으나, 사람들은 되려 정상과 비정상의 조화에 의아해했다. 장애를 가진 지 10년 차가 되면서 그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거란 걸 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이 '비장애인'에 맞춰 설계되어 있었을 뿐이란 걸 깨달았다.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비장애인 관점에서 설계된 세상에 적응하는 게 어떤지 알기에 위라클 같은 콘텐츠를 접할 때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고 가슴 뭉클하다. 그러나 고군분투한 장애인 개인과 그 노력을 '기적''감동'의 키워드로만 포장하는건 지양했으면 한다. 한때 그랬더라도, 앞으로도 장애를 가진 채 일상을 사는 게 '기적'같은 일이어야 할까?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건물에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코로나19 관련 방송에 수화통역사의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들의 일상도 다른 누군가의 일상처럼 평범해질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갖고도 일상을 누릴 수 있는지 함께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감동이 아닌 관심이 우리의 일상을 지켜줄 수 있다.

유퀴즈 온더 블록 - 수화통역사 권동호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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