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중단 이후 제주에서 계속되는 이유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제주에서는 보증금이 함께 찍힌다. 컵 하나에 300원. 제주가 아닌 지역에서 살던 사람에게는 낯선 경험이다. 이 300원은 환경 정책의 결과다. 이 정책의 정식 이름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환경부가 추진한 일회용컵 감축 정책으로, 일회용컵에 보증금을 포함해 판매하고, 사용 후 반납하면 그 금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보증금은 추가 비용이 아니라, 컵 반환을 전제로 한 예치금이다. 정책의 핵심은 컵을 ‘쓰고 버리는 물건’에서 ‘빌렸다가 돌려주는 물건’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 제도는 처음부터 제주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아니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사용량이 많은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전국 약 3만 8천여 개 매장에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설계했다. 대상은 가맹점 100개 이상을 보유한 커피·제과제빵·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였다.
그러나 정책은 계획대로 전국에서 시행되지 않았다. 2022년 12월 2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제주와 세종에서만 선도적으로 시행되었다. 이후 전국 의무화는 유예되었고, 현재는 자율 참여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 그 결과, 이 제도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지역은 사실상 제주뿐이다.
이 정책이 등장한 배경은 분명하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일회용컵 폐기물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이컵과 플라스틱컵은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음식물 오염과 복합 소재 문제로 재활용률이 높지 않다. 상당수는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이 흐름을 구조적으로 바꾸기 위한 정책이었다.
운영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시민에게는 손이 많이 간다. 컵을 반납하려면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설치해 회원가입을 하고, 반납처에서 컵의 바코드를 인식해야 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빨대·컵홀더·뚜껑을 분리해야 하며, 플라스틱컵과 종이컵도 구분해 반납해야 한다. 컵은 구매 매장뿐 아니라 동일 브랜드 매장, 무인 회수기나 반환 수집소에서도 반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시행 결과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제주의 반환율은 2022년 7월 53%, 8월 64%까지 상승했지만, 세종은 약 45%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에서 반환율이 높았던 이유로는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비교적 강한 행정 관리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언급된다.
하지만 반환률 상승이 곧 재사용률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컵은 반납 이후에도 수거·물류·세척·보관·재배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위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컵은 재사용되지 못한다. 또한 브랜드 간 교차 반납이 불가능하고, 위생 관리와 보관 공간, 라벨 부착과 카드 수수료 문제는 매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남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현재, 보증금제 중심의 정책에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다회용컵 사용 시 탄소중립포인트를 적립하거나, 매장 할인과 연계하는 방안, 일회용컵을 100~200원의 비용을 받고 판매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금, 성공한 정책도 실패한 정책도 아니다. 이 제도는 어디까지 작동했고,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그리고 그 기록은 지금, 제주에서 계속 쓰이고 있다.
GREEN LOG DAILY는 정책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정책이 언제 시작되었고, 어떻게 시행되었으며, 실제로 어떤 결과와 한계를 남겼는지를 시민의 언어로 기록한다.
환경 정책은 완성된 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시행되고, 조정되고, 남은 질문과 함께 다음 설계를 기다린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그 과정을 가장 먼저 겪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