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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09. 2024

아들 학교의 시험감독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둥이들은 기말고사를 치렀습니다. 총 3일간의 다섯 과목을 보는 일정인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준비하고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이 시험을 볼 때면 당연히 부모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최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겪는 마음을 공감해 주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추가로 선택했습니다. 바로 시험감독, 일명 시감 신청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보조 감독 지원을 받는 제도인데 하루에 각 반에 한 명씩 해서 총 3명을 지원받습니다.




학기 초에 지원자를 받는데 근무 일정을 보니 가능하겠다 싶어 학부모 총회 때 얼른 손을 들었습니다. 간혹 당일에 펑크를 내시는 분도 간혹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학부모회 활동을 하고 있던 저는 비상대기조에까지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기억을 잊고 있던 어느 날 건강이가 학교에서 받은 봉투를 제게 갖다 줍니다. 열어봤더니 바로 기말고사 감독 일정에 대한 안내문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참여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배정된 기말고사 이틀째 날 아침이 되어 학교로 갈 채비를 합니다. 이날은 국어와 사회 두 과목만 치르는 날이기에 두 시간 정도면 끝날 테니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뒤 학교로 갑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각 학년의 11명의 학부모님, 총 33인의 학부모 시험감독 중에서 저와 한 아버님 말고는 모두 어머님들이시더군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잠시 기다리다가 사전교육까지 잘 받았습니다. 크게 하는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행여나 실수가 있을까 싶어 부담스럽기는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학년으로 배치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같은 학년에 배정됩니다. 물론 자녀와 같은 반은 아닙니다. 중학교 1학년 같은 경우에는 두 시간이고 고등학교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험이지만 2, 3학년은 세 시간이나 봐야 하니 여러모로 부담스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배정된 교실로 들어가니 역시나 긴장이 되더군요. 하교를 하는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아이들만 보다가 시험을 진지하고 차분하게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뒷자리에서 열심히 45분 동안 방해가 되지 않게 감독을 합니다. 간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학생들에게 OMR 수정이나 떨어진 물건을 주워야할 때 도움을 주기도 했죠. 제 고사장에서 그런 경우는 없었지만 화장실에 급히 가는 학생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과는 달리 생각보다 시간이 정말 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죠.




그래도 감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질 수가 있어서 나름대로 좋았습니다. 학생들을 유심히 관찰해 볼 수도 있었죠. 다리 떨거나 펜을 돌리거나 일찍 잠들거나 한숨을 쉬는 등 다양한 모습들이 보였죠.


그런데 제가 정말 깜짝 놀랐던 순간을 시험을 마쳤다는 감독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나서였습니다. 그때부터 조용했던 교실은 제가 최근에 들었던 소리 중에 가장 시끄러운 곳이 되었습니다. 비명, 괴성 등등 각종 소리가 떠다니면서 귀가 얼얼할 정도였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답을 맞혀보기 급급한데 와중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다음 시험의 요점정리를 보는 친구들도 간혹 보였죠. 제법 대견해 보였습니다.


감독을 마치고 돌아온 뒤 둥이들과 이야기도 재미있게 나눴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생긴 공통분모는 소통을 하는데 큰 힘이 되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꽤 피곤하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점심을 먹은 뒤에 내리 한 시간을 넘게 그대로 곯아떨어지고 말았으니까요. 그래도 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잖아요.


한 줄 요약 : 힘들었지만 이 또한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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