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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14. 2024

26년 만의 수능시험을 마치고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오늘은 수능을 마치고 퇴실을 기다리며 하루를 간단하게 정리한 글을 일기 형식으로 짧게 적어봅니다.




드디어 대망의 수능 시험 날이 밝았다.


눈을 뜨면서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거야!'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지만 확실히 시험은 시험인 모양이다. 마음이 가볍기는커녕 부담스럽다. 11월 중순 6시 40분이라는 시간이 주는 칠흑 같은 어둠은 두려움이다. 곧 오늘의 해가 당연히 뜨지만 오늘만큼은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사실 수능을 접수해서 치른다고 말을 했을 때 대부분의 지인들은 그걸 왜 보냐는 반응이었다. 어떤 사람은 다양한 수험생 할인을 받기 위해서 하는 거냐며 농담으로 묻기도 했다. 설명을 간단하게 해 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유난스러워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 도전으로 인해 아이들이 수능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이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으니 그렇게 무의미한 도전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그런 오해를 받을 법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치르는 26년 만의 수능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고사장에서 잘 들어가서 수능을 치르고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이날의 결과에 인생을 거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장난처럼 재미 삼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옷을 입고 아침을 간단히 마련해 놓은 뒤 집을 나선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인데 애비는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시험을 보러 나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고민 많았던 점심 메뉴는 어제 사놓은 샌드위치와 두유를 챙기기로 한다. 한창 성장기의 청소년은 아니지만 특수한 상황이니 이 정도만 챙겨도 되는지 걱정스럽기는 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




점심때가 되어 대기실에서 조용히 한 끼를 해결한 뒤 밖으로 나왔다. 다른 고사장의 학생들이 싸 온 점심을 먹는 모습을 보니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느껴져서 나도 함께 흐뭇하다.


오늘 수능을 치른 한양대 부속 고등학교는 우리 지역 출신 학생들 많이 가는 학교라서 관심을 가진 곳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가보게 되어 잘 되었다 싶다. 에 구경을 실컷 했다. 고등학교 내부를 볼 일이 많지 않으니 말이다. 집에서 가장 먼 곳이지만 오히려 더 좋아


사실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한 부분도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수능을 본다고 여러 번 떠들었지만 막상 고사장 앞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서로 민망하지 않겠는가. 학부모님들 중에는 첫째가 고3인 경우가 꽤 많았으니까.




고사장에 시간 맞춰 들어가 신분증과 수험표 확인을 하는 동안 주위를 차분하게 둘러봤다. 안타깝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수험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교육에 종사하는 분들도 많이 신청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마 그렇게 보이나..


1교시 국어는 예상했던 대로 어려웠다. 글 쓰는 사람이라 국어는 쉽지 않겠냐 말해도 결국 시험은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기술과 훈련의 집약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신청하지 않은 2, 3교시는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동아시아사와 세계사 공부를 좀  뒤 탐구영역과 전투를 치렀다. 역사를 좋아한다고 해도 시험은 역시 몹시 어려웠다. 벌써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된다.


한국사와 탐구영역까지 마무리하고 대기시간까지 버틴 뒤 5시가 되어서야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다. 고작 네 과목만 치렀을 뿐인데 진이 다 빠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시험 그리고 시험장이 주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컸다. 아이들은 오죽하겠나 싶다.


나오기 전에 오늘 전쟁을 펼쳤던 전장을 사진에 담아본다.




밖으로 나오면서 학생들의 표정을 살펴봤는데 안타깝게도 홀가분하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오는 친구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경쟁은 누군가를 밟아야 내가 사는 약육강식의 세계이기에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이가 썩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잡아먹히는 위치가 될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5년 뒤 아이들의 모습과 내 모습도 한 번 그려본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을 더 해본다.




이렇게 빡센데 내년에도 수능....  볼 수 있을까?


한 줄 요약 : 오늘 수능시험 치른 학생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물론 나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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