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최근 저는 동네에서 우연히 대학교 동아리 후배를 만났습니다. 이 동네에서 가장 큰 약국의 약사였죠. 갑자기 약을 타려고 기다리는 데 아는 척을 해서 알게 되었죠. 그러고서 얼마 뒤 점심을 함께 먹으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창고형 약국에 대해서였는데요.
얼마 전 경기도 성남시에 창고형 약국이 하나 생겼다는 소식은 크게 전해졌습니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라는 점에서 화제성은 대단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생겼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이건 약국의 혁신이 아니라 기존 약국업계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탄처럼 느껴졌습니다.
고객들이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듯 카트를 끌고 다니며 약을 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든 생각은 "드디어 이 업계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였습니다. 430평 규모의 매장에 2,500여 개 품목이 진열되어 있고, 연중무휴에 주차장까지 완비된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약사 사회의 충격은 더 컸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일부 약사들은 창고형 약국 운영자들의 신상까지 공개하며 협박성 댓글까지 다는 등 극렬한 반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통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우리나라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창고형 약국을 이용해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대부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렇게 답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격이 시중보다 20~30%까지 저렴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선택지도 굉장히 늘어났죠. 건강기능식품을 사거나 해외여행 전 상비약을 대량 구매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지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 반응과는 달리 약사들은 "복약지도의 질이 떨어진다", "약물 오남용이 우려된다"라는 이유로 이런 형태의 약국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현직 약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91%가 향후 5~10년 후 조제업무의 50% 이상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을 도입했고, 약 조제 자동화기기는 이미 보편화된 상황입니다.
AI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져서 자연어 처리 기술로 환자의 증상을 듣고 적절한 약을 추천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고, 복약지도 챗봇은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약물 상호작용 검토나 재고 관리 최적화까지, AI가 약사의 주요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코앞에 닥쳐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창고형 약국에 대처하는 약사들의 모습은 여전히 기존 방식에 안주하려는 행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적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인데 말이죠.
최근 약사 국가시험 합격자가 역대 최다인 2,073명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연간 2,000명이 넘는 약사가 배출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정작 이들이 갈 곳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약대 재학 당시 지역 약국 근무를 희망한 비율은 46.5%였지만, 실제로는 63.5%가 지역 약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뜻이죠. 제약업계에서는 약사 채용에 소극적이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약사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약대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2025학년도 약대 수시 평균 경쟁률이 43:1이나 되거든요. 아주대는 254: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했죠.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의치한약수의 한 축을 차지하는 약대 지원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기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요? 창고형 약국이 확산되고, AI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약사라는 직업의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데 말이에요. 이러한 우려는 해외 사례를 보면 더욱 현실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CVS, 월그린스 같은 대형 드러그스토어 체인이 시장을 장악했는데 그마저도 온라인 시장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마츠모토키요시 같은 대형 드러그스토어가 일반화되어 있고, 소비자들은 이런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죠. 이러한 사례들만 봐도 약사들이 단순 조제업무에서 벗어나 백신 접종, 건강 상담 등 더 고부가가치 업무로 영역을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막기에 급급해 보인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이러한 약사 업계의 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의 직업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근 AI 산업으로 인해 미국에서는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직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의치한약수에만 자식의 미래가 있다며 그쪽으로만 몰려 있습니다. 미래에는 AI와 협업할 수 있는 능력,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약사가 필요할 텐데, 현재의 교육과정은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창고형 약국의 등장은 단순한 유통 방식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는 약사라는 직업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했다는 신호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거듭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후에는 정말 약사라는 직업 자체의 경쟁력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이는 비단 약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점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창고형약국 #메가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