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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Feb 01. 2024

죽이고 싶지만 섹스는 하고 싶어 #2

나는 당황한 채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가 꽉 잡은 손가락을 힘껏 당겨 풀었다. 마침 출입구가 열리고 있었다. 나는 가슴에 가방을 움켜쥔 채 허겁지겁 달아나려고 하였다. 하지만 내 앞에서 나를 지켜보던 청년 두 명이 몸으로 나를 막아섰다.     


“여 여기서 내려야 합니다.”     


나는 애원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강하게 붙잡았다.      

“도망가시면 안 됩니다. 마무리는 하셔야죠. 저 여자분에게 사과하시던가.”     


나는 점점 여러 청년에게 에워싸이기 시작했다. 나를 촬영하는 휴대폰의 숫자도 늘어났다.     


“저 저 저는 만지지 않았습니다.”     

“아뇨. 만졌어요! 아저씨! 아저씨가 저를 성추행한 거잖아요!”     


그녀의 외침이 다시 울려 퍼졌다.     


나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그리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변 사람에게 애원했다.     


“제발 믿어주세요. 그리고 나가서 얘기하면 안 될까요? 저 신도림에서 내려야 합니다.”     

“그래요. 나가요. 어차피 저도 여기서 내릴 예정이었어요. 게다가 신고도 해야 하니까.”     


*************     


그녀와 나는 천천히 신도림역 안내센터로 걸어갔다. 내 뒤로 여러 명의 청년이 졸졸 따라오며 촬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단지 당신의 고개를 젖혔을 뿐이야. 너가 곯아떨어졌으니까.”     


여자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냐. 너는 자는 나의 가슴을 만졌어. 내가 눈을 떴을 때, 확실히 너의 손가락 두 개가 나의 가슴에 닿았으니까.”     


“그건, 우연이야. 일종의 사고지. 내가 너의 머리를 두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려는 순간 전철이 덜컥거렸기 때문이야.”     


나는 언성을 높였다.     


“아냐, 너는 분명히 나를 만지려고 한 거야. 나는 너의 의도를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아.”     

여자의 목소리도 커졌다. 옆에 우리를 지켜보던 목격자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기 이러고 있지 말고 일단 경찰에게 갑시다. 역사에 가면 안내 받을 수 있어요.”     

“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절 믿어주세요. 제발.”     

“절대 믿을 수 없어요.”     

“정말로 절대로 절 못 믿는 겁니까?”     

“네. 정말로.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당신을 믿지 못해요!”     

“그러지 말고 그냥 여기서 끝냅시다! 당신도 힘들어져요.”     

“무슨 소리예요? 아저씨! 여기서 끝내다뇨?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그럼 끝까지 갈 생각인가요?”     

“가야죠! 당신이 잘 못 했으니까요!”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아저씨! 지금 저 협박하는 거예요?”     

“협박은 아니지만, 당신이 지금 저를 코너에 몰아넣고 있어요. 저는 참는 성격이 아니란 말입니다. 저는 그냥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입니다!”     

“어떤 사람인데요? 지하철 성추행범이잖아요!”     

“확신하세요? 제가 당신의 가슴을 만졌다는 것을?”     

“무슨 소리예요? 아저씨! 손이, 아니 손가락 두 개가 어디 있었어요? 아저씨가 더 잘 아시잖아요!”     

“저 아저씨 아닙니다. 총각입니다.”     


“아무튼 성추행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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