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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킹 Feb 03. 2024

죽이고 싶지만 섹스는 하고 싶어 #3

“자꾸 성추행 성추행하는데 저는 분명히 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무거운 머리를 제 어깨에서 떼어 내기 위해 손을 쓴 거뿐이라고요.”     


“그러면 당신 손이 제 머리에 있어야지 왜 제 가슴에 있었나요? 제 머리가 가슴에 달렸어요?”     

“그건 이미 말했잖아요! 전철이 급정거했다고요! 아시겠어요? 당신의 머리를 들어 올리는 그 순간 말이에요!”     

“그럼, 머리는 왜 만졌어요? 남의 머리 함부로 만져도 되는 거예요?”     

“당신이 잠들었잖아요! 당신이! 내 어깨에 기댄 채 코까지 골면서 잤다고요!”     

“아하! 그러니까 내가 잠들었으니까 마구 만졌겠군요! 그렇죠? 어디 어디 만진 거예요?”     

“무슨 소리예요? 당신 대가리만 두 손가락으로 민 것뿐이에요!”     

“아무튼 만진 건 만진 거잖아요!”     

“그럼 어떡해요? 나는 내려야 하는데! 그 순간 내가 일어서면 당신은 그냥 쓰러지는 거예요!”     

“그러니 당신은 내가 잠든 것을 보고 기회다 싶어 머리를 만지는 척하면서 가슴에 손을 갖다 댄 거잖아요!”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죠? 아무튼 역에 신고할 거니까 같이 가든 말든 그건 아저씨 맘대로 하세요!”     

“아저씨 아니라니까!”     

“자꾸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 마세요. 이름도 모르는 성추행범 아저씨!”     

“좋습니다. 같이 갑시다. 가서 한번 따져 봅시다. 단 아저씨라 부르지는 마세요! 저는 엄연히 총각입니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성추행범?”     

“조필호. 제 이름은 조필호입니다.”     

“좋아요. 조필호씨. 갑시다.”     

“아줌마는 이름이 뭐예요?”     

“저 아줌마 아니에요.”     

“그럼, 아가씨 이름은 뭐예요?”     

“그건 알아서 뭐 하게요?”     

“하 참! 이 여자 정말 웃기네!”     

“제가 웃기게 보이나요? 콩밥 좀 먹고 정신 좀 차려야겠네요. 조필호씨.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감히!”     

“이 아줌마 정말 이상한 여자네. 지금 저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건가요?”     

“조필호씨! 당신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용서해 줄까 말까예요. 아시겠어요? 지금 상황이! 당신이 지금까지 숱하게 저지른 그 죗값을 이제 받게 될 거예요. 아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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