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변화해야 한다

by 임풍

오늘날 한국 사회를 50년 전과 비교해 바라보면, 마치 낯선 우주인들이 이 땅에 이주해 전혀 다른 문명을 세운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큰 간극이 존재한다. 불과 반세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회의 구조, 가치, 인간관계, 그리고 개인의 마음 상태까지 이토록 급격하게 바뀐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고대 이집트는 3000년 동안 동일한 사회 체제를 유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던 가부장적 전통 가치의 급속한 소멸이다. 가족은 더 이상 대가족이 아니며, 한때 보편적이었던 1~2자녀 가구를 지나 이제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5%를 차지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가족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 사회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던 기본 단위가 해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구 구조 역시 극적으로 변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합계출산율은 0.7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미래 세대라는 말이 자연스럽지 않은 인구 감소 국가가 된 것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사회를 떠받쳐야 할 부담은 줄어드는 미래 세대에 집중되고 있다.

경제 환경도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한때 연 10%대의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한국 경제는 이제 1% 성장률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장기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높은 인건비와 복잡한 규제를 피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고, 그 결과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청년층 실업과 불안정 고용은 구조적 문제가 되었고,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은 일자리 창출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현실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과거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취직하고,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며 삶이 단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사회적 공식이 존재했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이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 속에서 생산적 투자와 새로운 기회는 제한되고, 개인, 기업, 정부의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지는 원화 가치 하락과 불투명한 대외 환경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단지 경제 지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흔들고 있다. 현재에도, 미래에도 만족이나 비전을 갖기 어려운 사회에서 개인은 늘 불안하다. 마음을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사람들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와 자극적인 정보 속에 노출된다. 스마트폰은 이제 손에 쥐고 다니는 24시간 TV가 되었고, 혼란스러워진 정신은 게임이나 특정 영상에 대한 중독으로 잠시 잊히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를 잊게 하는 도구를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 속의 삶이 일상화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불과 50년 전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희망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존재했다. 지금은 개인주의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소통 부재의 문화가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 전화나 낯선 접촉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보이스피싱의 만연, 심화되는 경제적 계층화는 타인과 사회에 대한 불신을 점점 굳혀간다. 사람들은 서로를 피로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많은 나라들이 유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경제 성장 하나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압축적으로 발전해 온 한국 사회가 겪는 혼란은 그 속도와 강도 면에서 특히 크다. 치열한 경쟁심,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강박, 내로남불의 윤리, 만성적인 우울과 분노, 그리고 네 편과 내 편으로 세상을 나누는 사고방식은 어느새 우리 정신을 지배하는 기본 프로그램이 되었다.

모두가 힘들다. 그리고 이 상태가 정상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더 깊이 갇히게 된다. 이제는 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를 붙잡고 있는 관념과 자동 반응을 점검해야 한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다시 세우며, 누구나 숨을 고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말이 아니라 삶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고, 언론은 공포를 증폭시키는 장사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작가와 인문학자들은 냉소가 아닌 상상력으로, 분열이 아닌 공존의 철학으로 사회의 다음 장면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더 빠른 경쟁으로 서로를 소진시키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속도를 늦추고 신뢰와 회복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집단적 응답이, 앞으로의 50년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