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생각에서 벗어나기

by 임풍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잡념을 없애야 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벽에 마음 심(心) 자를 붙여 놓고 그것을 바라보며 수양을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 하면 오히려 더 강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몰아내려 애쓰기보다 밝은 생각을 더 많이 하라고 조언한다. 밝은 생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부정적인 생각은 자연히 약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누구나 경험해 보듯이 인간이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각은 의식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에서 구름처럼 솟아나기 때문이다. 잠재의식의 작용 속도는 의식적인 사고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가 어떤 원치 않는 생각을 알아차리는 순간은 이미 그 생각이 한참 전에 발생한 뒤다. 마치 바다 깊은 곳에서 밀려온 파도가 이미 해안에 닿은 뒤에야 그것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역설적이지만, 때로는 강한 경험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상한 음식을 먹고 심하게 아픈 경험을 하면 사람은 다시는 그 음식을 먹고 싶지 않게 된다. 머리로 결심해서가 아니라 몸이 먼저 거부하기 때문이다. 몸의 기억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어떤 사람에게 반복해서 속거나 상처를 받으면,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에 대한 생각 자체가 몸에서 거부된다. 세포 하나하나가 그 기억을 밀어내듯이 반응한다. 반대로 아직도 그 사람의 기억이 계속 떠오르며 마음을 괴롭힌다면, 그것은 몸이 아직 그 경험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았다는 뜻일지 모른다.

연애나 사랑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좋아했지만 그 사람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식어 버린다. 때로는 그 사람이 좋아하던 것들까지도 함께 멀어지게 된다. 마음이 아니라 몸이 먼저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요한 사실을 보여 준다. 어떤 생각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을 일으키는 잠재의식은 몸과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을 바꾸려면 몸의 반응까지 함께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올라 괴롭다면, 몸이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멀리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미 몸이 강하게 싫어하는 경험과 현재 잊고 싶은 상황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불편한 사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과거에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했던 불쾌한 경험을 함께 떠올리며 하나의 이야기처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의식이 억지로 생각을 밀어내지 않아도 된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잠재의식이 그 연결을 기억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각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길은 단순히 생각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생각이 떠오르는 근원인 잠재의식과, 그것과 긴밀하게 연결된 몸의 반응을 함께 이해하는 데 있다. 인간의 마음은 머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작동하는 하나의 생명 시스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