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용법(몸맘법)

by 임풍

텔레비전이나 전자기기에는 사용설명서가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만약 인간에게도 평균적인 운영법이 있다면, 삶은 훨씬 단순하고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지나온 수십 년의 삶을 되돌아보면, 겉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내면의 기본적인 감정과 생각의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생각과 감정의 복합체이며, 그것이 발화와 행동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머릿속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해도, 몸은 한 번에 단 하나의 행동만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머릿속의 세계는 경계가 없다. 수없이 많은 기억, 추측, 상상이 회전목마처럼 돌고 돈다. 그러나 그 세계는 어디까지나 사적인 무대일 뿐, 타인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말과 행동은 사회적 현실 속에서 타인에게 곧장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한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머릿속의 고요한 다짐이나 상상이 아니라, 눈앞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된 말과 행동이다.

심지어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이 논리는 유효하다. 머릿속에서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우고 상상의 산책을 해도, 그것은 나의 자서전에 한 줄도 기록되지 않는다. 인생을 움직이는 힘은 오직 발을 움직여 걸어가는 행동 속에서만 생겨난다. "내일은 더 친절해지리라"는 다짐이 실제 언행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그 다짐은 그저 공중 속에 흩날린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인간 뇌의 부정 편향성 때문에 생각과 감정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그것은 종종 불안과 걱정으로 몸을 얽매고, 행동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 운영법의 중요한 통찰이 드러난다. 즉, 머릿속에서 아무리 폭풍이 휘몰아쳐도, 그것이 곧바로 나의 인생으로 카운트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직 지금, 내가 말하고 움직이는 그 순간만이 나의 삶을 실질적으로 구성한다. 따라서 머릿속의 수다스러운 동거인을 억지로 쫓아낼 필요는 없다. 그는 늘 떠들고 울며, 때로는 겁을 주지만, 그저 홀로 떠들도록 내버려두면 된다. 중요한 것은 오감으로 현재의 시공간에 집중하며, 지금 내가 무엇을 말하고 어떤 행동을 선택할지 점검하고 즉시 실행하는 일이다.

여기서 나는 일종의 ‘몸맘법’을 생각해 본다. 마음(맘)이 어떤 행동을 방해할 때, 오히려 몸으로 그 반대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마음이 내가 진짜로 행할 방향을 반대의 제안으로 힌트를 주는 셈이다. 양치질이 하기 싫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 바로 양치질을 해버리는 것이다. 마음은 자주 부정적이고 회의적이지만, 몸은 언제나 하나의 구체적 행위로 그것을 전복할 수 있다. 대부분 마음과 반대로 행동하면,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생은 머릿속의 영화가 아니라, 몸이 실제로 움직인 기록이다. 인간 존재는 말과 행동으로써만 드러난다. 그러므로 인간 운영법의 핵심은 단순하다. 떠드는 마음은 내버려두고, 지금 이 순간의 몸짓과 말에 온 정신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삶은 생각의 안개를 뚫고, 구체적인 궤적을 남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