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베이비 시도와 인류의 미래

by 임풍

2025년 11월 10일, 연합뉴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11월 8일 자) 보도를 인용하여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프리벤티브(Preventive)가 아랍에미리트 등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인간 배아를 유전자 조작해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 실험을 추진 중이라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 회사에는 오픈 AI의 샘 올트먼, 그의 파트너 올리버 멀헤린, 그리고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 등이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가 사실이라면, AI 자본이 인간의 생명으로 손을 뻗는 최초의 신호가 나타난 셈이다. 이제 테크 자본이 인간 생명에 손을 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는 소식이다. 여담이지만, 유전자가 담긴 DNA가 이중 나선 구조라는 사실을 밝혀낸 제임스 D. 왓슨 박사가 97세의 나이로 지난 6일 사망했다는 뉴스 직후에 디자이너 베이비 시도 뉴스가 나온 점이 매우 신기하다.

이 논란에는 CRISPR-Cas9이라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있다. 이는 세포 내 DNA를 가위처럼 절단하고 수정하는 분자 도구로, 2012년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에 의해 확립된 기술이다. 원래 이 기술은 세균의 면역 체계에서 유래했으며, 원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Cas9 단백질은 DNA를 자르는 효소(가위) 역할을 한다. 가이드 RNA가 표적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찾아내고 Cas9을 그 지점으로 유도한다. DNA가 절단되면, 세포는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마치 문서를 편집하는 것처럼 새로운 염기서열을 삽입하거나 특정 부분을 제거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정밀한 기술 덕분에, 인간의 유전자 중 하나를 선택해 수정하는 일이 실험실 수준에서는 이미 일상화되었고, 일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이미 사용되고, 비용도 매우 저렴해졌다. 다만 문제는 이 유전자 편집기술이 인간 배아 혹은 생식세포 단계에서 이뤄질 경우, 후손에게도 영구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러한 시도를 세대 유전(germline) 편집이라 부르며,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되어 있다.

사실 인간 생명 조작의 첫 사례는 이미 2018년 중국에서 일어났고, 그 당시 세계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뉴스였다. 중국 남방과기대학의 허젠쿠이 박사가 시험관아기 시술 중 CCR5 유전자를 CRISPR-Cas9으로 편집하여,
HIV(에이즈)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태어난 쌍둥이 소녀 루루와 나나는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아기로 기록되었다. 허젠쿠이는 AIDS에 걸리지 않는 베이비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국제 과학계는 즉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편집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는 돌연변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윤리적 승인 절차가 무시된 점이 문제였다. 그는 결국 2019년 중국 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인류가 최초로 생명 조작의 문턱을 넘었다가 즉시 되돌아온 윤리적 충격파로 남아있다.

상기 11.10자 뉴스에 따르면, 2025년의 실리콘밸리에서는 같은 움직임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한 명의 과학자가 아니라 기술 자본가들이 중심에 서있다. AI 혁신의 핵심에 있던 인물들이 이제 유전자 수준에서 인간을 설계하려는 시도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류의 질병을 예방하는 기술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질병 예방을 넘어 지능, 외모, 체질 등 인간 특성의 향상(enhancement) 가능성을 시험하는 움직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람에 대한 디자이너 베이비 설계기술 자체는 이미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새로운 세대의 유전자 편집 기술인 프라임 에디팅(Prime Editing)이나 베이스 에디팅(Base Editing)은 기존보다 훨씬 정밀하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인간 세포 속에 있는 30억 쌍의 염기서열 중에서 단 한 개의 염기(base)를 수정할 수 있으며,
이것이 결국 디자이너 베이비 설계의 기술적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질병 저항성과 생산효율성 개선을 위해 동식물에 대한 유전자 편집 기술이 사용되고 있고, 일부 상용화 또는 승인 단계에 있다, 중국에서는 2017년에 근육질 돼지가 개발되었으나, 여러 부작용을 이유로 중국 정부는 식용 및 상용화 허가를 보류했다. 이후 다수 나라에서 다양한 품종이 연구되고 있다.

미국은 FDA와 국립보건원에서 세대 유전 편집을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연방 연구자금은 배아 편집에 사용될 수 없고, 임상 적용은 법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이 UAE 등 규제가 완화된 국가로 연구 장소를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이 노동을 기계화했다면, 21세기 테크 자본은 이제 생명을 데이터화하고 조작하려는 단계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AI가 인간의 지성을 계산화했다면, 유전자 편집은 인간의 존재 방식 자체를 코드화하려는 시도이다.

유전자 편집은 인간이 자신의 설계를 바꾸는 행위라는 점에서 AI의 자기학습 모델과 유사한 패턴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인간이 신이 부여한 생명 코드를 스스로 재설계하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 창조주와 피조물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 AI가 인간 지성의 모방이라면, 유전자 편집은 창조의 모방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 신의 자리에 오르려는 내적 욕망의 표현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에서 인류는 굶주림, 질병, 전쟁을 거의 극복한 후 이제 신이 되려는 욕망(불멸, 행복, 전능)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인간이 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순간, 인간성 자체를 잃을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2018년 중국의 HIV 면역 아기 사건은
“기술은 가능하지만 인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025년 실리콘밸리의 디자이너 베이비 개발 움직임은
자본은 그 경계를 다시 넘으려 한다는 신호로 보인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류가 병을 치유하고, 고통을 줄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욕망과 자본의 방향으로 기울어질 때,
우리는 인간이란 존재의 정의를 다시 써야만 한다. AI가 인간의 사고 패턴을 모방하고, 유전자 편집이 인간의 생명 패턴을 수정한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 앞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장수하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 디자이너 베이비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미 양, 개, 낙타 등 성공한 동물복제에 이어, 현재는 금지되어 있는 사람의 복제 기술까지 현실화하는 시대가 온다면, 인간 존재에 대한 의미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복제기술로 공장에서 인간이 생산되고, 유전자편집 기술로 인간의 품종이 나뉘는 시대가 공상과학 영화만의 이야기일까라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과연 전혀 근거없는 생각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