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Moody’s)는 지난 5월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한 단계 낮췄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S&P(2011년), Fitch(2023년)에 이어 세 주요 평가사 모두로부터 최고등급을 상실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침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장 반응만 보면 단기 해프닝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장외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긴 했지만, 주요 지수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고, MOVE 지수 역시 발표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마감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무디스의 결정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일까요?
무디스는 등급 하향의 주요 배경으로 “재정적자의 지속 가능성”을 지목했습니다. 특히 향후 10년간 미국의 부채비율이 GDP 대비 134%까지 상승하고, 순이자지출이 세입의 30%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이미 2024년 기준으로, 순이자지출은 연간 약 8,820억 달러(GDP의 3.1%)에 이르러 국방비를 초과했으며, 이러한 변화가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의 재정 여력에 구조적인 경고를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지난 글에서 해당 이슈를 자세하게 다루었습니다).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다고 해서 등급 강등의 의미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 시스템 내에는 Aa1 등급도 Aaa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고, 기관투자가들의 내부 규정도 이미 미국 국채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장은 이번 결정을 ‘예상 가능한 조정’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등급 조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배경에 자리한 재정경로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이는 단순히 연도별 적자 규모를 넘어서, 정치적 합의 부족과 구조적 압력의 고착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달 동안, 미국의 재정정책을 둘러싼 주요 결정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부채한도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7월 중순까지 부채한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8월 초에는 연방정부의 현금과 특별조치가 고갈될 수 있다고 의회에 통보했습니다.
또한, 하원에서는 2017년 감세(TCJA)의 영구화 법안이 논의 중이며, 이는 향후 10년간 약 4.5조 달러의 세수 감소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반대로, 일부 분석에서는 지출조정과 고소득층 증세를 병행할 경우 1조 달러 이상의 적자 축소 효과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신용에 대한 단순한 점수가 아니라, 재정의 경로가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유사한 조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평가사의 등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등급이 가리키고 있는 경로 자체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