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최근 부채한도 상향안(OBBBA)을 타결하면서, 재무부는 다시 TGA(Treasury General Account, 재무부 일반계정)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이 절차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온 관행에 가깝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그 여파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재무부가 현금을 축적하는 과정은 단순한 회계상의 처리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TGA는 미국 정부의 현금이 보관되는 계좌로, 연방준비제도(Fed)에 개설되어 있습니다.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해당 자금은 시중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MMF)를 경유하여 이 계좌로 유입됩니다.
이 과정에서 연준 대차대조표상 지급준비금이 감소하게 되며, 이는 곧 레포금리나 SOFR 등 단기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구조가 금융시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2023년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재무부는 대규모 단기국채(T-bills)를 발행하며 단기간 내에 약 1조 1,000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시장에서 흡수했습니다. 그 결과, 단기자금시장에서는 일시적인 경색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그때는 MMF가 보유하던 유동성이 연준의 역레포(ON RRP)에 대거 예치되어 있었고, 이를 활용해 국채를 매입하면서 지급준비금 감소 없이도 TGA 복원이 가능했습니다. 이처럼 역레포는 사실상 1차 방어선으로 작동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떨까요?
전반적인 평가는 2023년과 같은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Wrightson ICAP를 비롯한 주요 분석기관들은 이번 TGA 복원이 시장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우선, 2025년 3분기 중 재무부의 순발행 규모는 약 4,50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2023년 동기 당시의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또한, 2023년에는 TGA 잔액이 230억 달러 수준으로 거의 고갈된 상태였지만, 2025년 7월 초 현재는 약 3,720억 달러까지 이미 확보되어 있어 즉각적인 대규모 발행이 필요한 상황은 아닙니다.
여기에 더해 지급준비금 총량 역시 약 3.26조 달러로, 기준금리 구조를 당장 흔들만한 제약은 크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완화적인 전망이 언제나 유효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지금은 과거보다 유동성 완충 여력이 약화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앞서 TGA 복원의 충격을 흡수해주던 역레포 잔액이 현재는 크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2023년에는 MMF들이 2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역레포에 예치하고 있었던 반면, 지금은 그 잔액이 약 2,1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GDP 대비 0.7% 수준이며, IMF가 언급한 완충 기준치인 1.8%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결과적으로,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단기국채 발행이 곧바로 지급준비금의 감소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발행 속도나 준비금 총량 등을 감안했을 때 금리의 급격한 반응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행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거나, 단기 유동성 수요가 급변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에는 일시적인 금리 변동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충격 가능성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시장의 유동성 구조가 2023년과는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적정 수준의 주의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