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보여주는 거시 지표들은 견고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많은 가계가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이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최근 이러한 지표와 체감 사이의 괴리가 시장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 9월 FOMC 기자회견에서 이 현상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예상보다 강한 소비의 동력이 아마도 고소득층에 편중되어 있을 것이라 언급하며, 관련된 여러 증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소비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현재 경제가 전체적인 규모에서는 성장하고 있다는 연준의 총량적 관점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경제의 양극화 현상은 지난 글에서도 다루었던 'K자형 회복'이라는 개념으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소득 하위 80%에 속하는 가계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는 데 그친 반면, 상위 20%, 특히 최상위 3.3% 계층의 지출은 훨씬 더 강력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현재 경제가 부유층의 소비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지출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겠지만, 만약 이들이 소비를 줄인다면 경제 전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소비의 차이는 결국 자산 보유의 격차에서 비롯됩니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2025년 2분기 가계 순자산 데이터는 부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합니다. 주식 시장의 강세 덕분에 미국 가계의 총자산은 크게 늘었지만, 부는 소수의 상위 계층으로 더욱 집중되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상위 0.1%가 차지하는 순자산 비중은 12.6%에 달하며, 이는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대중의 체감과 공식 지표의 괴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 가계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 경제는 자산 가격 상승에 힘입은 소수 상위 계층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전체 성장을 떠받치는 구조적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안정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구조적 불균형이라는 장기적인 과제를 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